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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배후에는 정말로 미국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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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배후에는 정말로 미국이 있었을까

입력
2023.08.29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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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사 연구' 발행

1978년 9월 26일 백곰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박정희 대통령.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1978년 9월 26일 백곰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박정희 대통령.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10·26 사건에는 '미국 배후설'이 곧잘 따라붙는다. 혼란스러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국면마다 우방국 미국의 개입설이 설왕설래됐지만, 증거 자료 부족으로 음모론으로만 치부됐다. 미국이 한국 정치 전환기마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사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됐다.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사 연구 1~3권'은 저자가 10년간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결실이다. 박정희 시대 한미 관계를 중심축으로 하여 한국 정치 전환기의 미국 개입설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1945년 해방 직후 한국의 정권 수립 과정부터 미국은 언제나 조연급 이상의 존재였다. 직접적인 개입자가 되거나 혹은 막후에서 조정자·후견자 노릇을 했다. 비밀공작을 통해 특정인을 지지하기도 하고, 미국 정부에 비판적인 지도자를 끌어내리려 공작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한국인의 뜻에 따랐으며 내정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미국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박정희 시대 한미동맹은 겉으로는 굳건해 보였지만 내적으로는 불화와 갈등이 적지 않았다는 게 책의 분석이다. 특히 1970년대 미국이 주한 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하자, 박정희 정부가 자주국방 체제의 구축과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면서 동맹에는 균열이 생겼다. 표면적인 갈등의 이유는 한국의 인권 문제 등이었으나 실제로는 박정희가 포기했다고 다짐했던 핵무기 개발까지 계속 추진되었으므로 미국이 박정희 제거 공작을 입안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는 거다.

1975년 8월 25일 박정희 대통령과 슐레진저 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핵문제를 논의한 기록.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1975년 8월 25일 박정희 대통령과 슐레진저 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핵문제를 논의한 기록.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증거를 찾기 위해) 문서를 뒤지는 것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음모가 있었다면 이를 증명할 증거는 절대로 남기지 않기 때문이지요. 사료에 드러나지 않는 은폐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비판적 해석과 방증을 통한 추론에 의존할 때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철저한 자료 수집을 토대로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고 미국의 비밀 해제 문서와 한국 자료를 교차 비교하며 미국이 한국 정치에 끼친 영향을 검증한다. 박정희 시대와 관련된 미국 자료는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기밀문서와 케네디 대통령 기념도서관 소장 문서, 존슨 대통령 기념도서관 소장 자료, 카터 대통령 기념도서관 자료 등이 있다. 대체로 비밀 문건은 1970~1990년대에 비밀 해제되었다. 국내 자료로는 외교부가 공개하는 외무부 문서철과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자료 등이 있다.

한국현대정치사학자인 저자는 해방직후사인 미 군정기를 연구하다가, 그 이후 한국 현대사에도 미국의 영향력이 계속 남아 있다고 판단하여 '내정개입사'를 주제로 오랫동안 천착해 왔다. 10·26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설을 검증하고자 마음먹었던 것은 무려 20여 년 전. 책은 2011년 카터 도서관의 자료를 포함시켜 초고를 2012년에 완성한 이후, 11년 동안 고친 결과물이다. 후속권인 '전두환 제거 구상 편'도 연내 발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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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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