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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 행세하다 동거녀 살해한 40대, 같은 수법 억대 사기 행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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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 행세하다 동거녀 살해한 40대, 같은 수법 억대 사기 행각도

입력
2023.08.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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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투자 명목, 이웃 등 상대 3억6000만원 뜯어
살해죄 징역 35년 확정, 사기죄는 징역 2년 감경

전주지방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주지방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같이 살던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40대가 억대 사기 행각을 벌였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그는 동거녀를 살해할 때와 마찬가지로 ‘보살’이라는 제3의 인물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현혹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부장 노종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원심을 파기,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미 징역 35년의 형이 확정된 살인죄에 더해 이 사건까지 판결할 경우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에 따른 결정이다. 이른바 ‘경합범 관계’에 있는 2개의 죄 중 1개의 형이 확정됐다면 확정되지 않은 나머지 1개 죄의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A씨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3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3억6,7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웃 주민과 주민 가족들에게 “타운하우스를 지을 예정인데 투자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타투를 배우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함께 가게를 운영하자” 등의 거짓말을 하며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자기 말을 믿도록 가상의 인물, 보살을 내세웠다. A씨는 타인 명의 휴대전화로 보살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했고, 그들과 가까워지면서 알게 된 개인 정보를 흘리며 보살의 영적 능력을 믿게 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술술 읊는 보살의 신통함에 빠져들었고, 보살은 “A씨와 가깝게 지내면 복이 온다”고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들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돈을 받아냈지만 실제로 타운하우스 건설 사업을 하거나 타투숍을 운영할 계획은 없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사치품 등을 사는 데 탕진했다”며 “범행 수법과 내용, 횟수, 피해 규모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판결이 확정된 살인죄와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2022년 5월 전북 완주군 자택에서 동거녀 B씨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이 형은 지난 5월 확정됐다. A씨는 이 사건에서도 보살을 내세워 B씨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다가 다툼이 잦아지자, 살해하기로 계획했다.

전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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