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모욕죄로 고소했던 유튜버 루인
검찰 출석했다가 조선 마주쳐…불안 호소
검찰 "조사실 변경 과정에서 오해" 해명
"저를 보며 웃을락 말락 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눈빛이 계속 생각나요. 무섭고 불안해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게임 유튜버 '루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역 흉기난동범 조선(33)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며 몸서리쳤다. 그는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욕 댓글을 단 조씨를 고소했던 당사자다. 검찰은 조씨 공판에서 "모욕죄로 조사를 받게 된다는 두려움이 생겨, 또래 남성들을 대상으로 열등감과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검찰 설명에 따르자면 A씨의 고소가 조씨에게 일종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그런 그는 검찰에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검찰의 실수로 검사실을 잘못 들어가 모욕 사건 가해자 조씨와 딱 맞닥뜨리고 말았다. 자신을 보는 조씨의 시선에 엄청난 공포감을 느꼈지만, 검찰 측은 실수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그저 "해프닝이었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2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가 설명해 준 당시 상황은 이랬다. 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은 A씨에게 "과거 고소한 악플러 중 한 명이 조선이다"라는 사실을 알리며 "고소인 조사를 한 번 더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가 검사실로 출석했을 때 만난 사람은 담당검사가 아니라 수갑을 찬 채 조사를 받고 있던 조씨였다. 불과 1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던 조선은 A씨를 응시하며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A씨는 "간단한 조사라고 해서 간 것인데 살인범을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당황스럽고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악마 같은 행동을 했고 내게 악감정을 가진 사람의 반경 범위에 있었던 것"이라며 "나중에 해코지를 당하진 않을까 온갖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 측 태도에 대해서도 A씨는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검사실로 갔지만 조씨를 마주친 것에 대해선 끝까지 사과가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사건은 다르지만 저도 조선의 피해자"라며 "사전 고지 없이 당일에 부른 것도 그렇고, 가해자를 마주치게 한 것도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인권보호수사 규칙에 따라 시차를 두고 소환해 다른 검사실에서 분리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중간에 조사 장소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초 안내된 곳이 우연찮게 조선이 있던 검사실이지만, 즉시 분리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감찰이나 징계를 묻는 질문에는"예정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의 인권 감수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밝혔던 것처럼, 조씨와 A씨는 단순히 '모욕사건의 고소인과 피고소인' 관계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 심지어 조씨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면서 "A씨를 떠올렸다"고 진술했다. 이런 둘의 관계에 주목해 추가 조사까지 했던 검찰로서는 더 철저한 동선 관리나 보호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가해자·피해자 분리를 의무화한 규정이 성범죄나 학교폭력 등 일부에만 치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보호수사 규칙은 검사의 '인권보호 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범죄자를 늘 대하는 검사·수사관들은 살인범을 마주하는 게 일상일지 모르나, 일반 시민에겐 매우 드문 경험"이라며 "원치 않는 만남은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증오와 고소로 얽힌 이들 관계를 고려할 때, 검찰이 더 세심하게 접근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가 조씨를 마주친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조사 장소를 문자로 보낸 뒤) 다시 유선으로 검사실 변경을 통보했다"며 "실제 분리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장소 통지는 문자로만 받았고, 전화로 검사실 변경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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