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 "솜방망이 처벌"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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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경남 창원시에서 무참히 살해된 고양이 두부 생전 모습(왼쪽 사진)과 이후 밥 자리에 놓인 국화꽃. 카라 제공
지난해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이고 이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 채팅방에 올린 20대 조모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동물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규탄했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는 23일 1심에서 맨손으로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이고 영상을 온라인 채팅방에 유포한 조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채팅방을 운영하면서 동물학대행위를 조장하고 해외 동물학대 영상을 게시한 운영자 30대 백모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을 구형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조씨는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인다'는 문장을 줄인 '고목죽'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면서 실제 고양이를 목 졸라 살해하고 그 내용을 채팅방에 공유했다. 채팅방 운영자 백씨는 지난해부터 고양이 학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오픈채팅방을 직접 개설하고 채팅방 참여자들이 학대 영상물을 공유하도록 부추겼다. 또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의 익명성이 강화된 채팅방으로 옮겨서 활동을 이어가도록 권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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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23일 부산지법 앞에서 고양이 학대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카라는 이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1, 2차 서명에 총 2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카라는 시민 탄원서와 함께 피고인 백씨의 방조 혐의를 입증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카라는 23일 부산지법 앞에서 해당 사건 선고 전 이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최민경 카라 정책변화팀장은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경남 창원시 한 식당에서 기르던 동네 고양이 '두부'를 시멘트 벽에 16차례나 내리쳐 잔혹하게 죽인 범인과 경북 포항 한 폐양어장에서 포획한 동네 고양이 16마리를 가둔 뒤 학대하거나 살해한 범인도 각각 집행유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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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채팅방 운영자가 익명성이 강화된 채팅방으로 옮겨가기를 권유하는 내용(왼쪽)과 고양이를 죽인 학대자가 채팅방에서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화창.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최 팀장은 "동물학대에 대한 양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고양이들을 학대하고 그 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하며 즐긴 피고인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학대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플랫폼 운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동물학대 영상 유통방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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