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어선 있다" 첩보로 시작
운반조 3명 검거하며 수사 확대
항공기로 해상서 범행현장 적발
고래 취급 전문식당까지 찾아내
해경이 항공기까지 동원해 불법 고래포획 2개 조직, 일당 55명을 붙잡았다.
경북 포항해양경찰서는 24일 청사에서 불법 고래포획 사건 수사 중간발표를 갖고 “포경선 6척과 포획한 고래를 바다에서 육지로 몰래 들여오는 운반선 3척의 선원과 선박 운영자, 불법 포획 고래인 줄 알면서도 거래해 온 고래고기 전문식당 주인 등 55명을 검거해 이 중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포항해경에 따르면 “포항과 경주의 어촌 항구에 수상한 선박이 드나든다”는 첩보를 입수한 형사들은 지난 6월 2일, 불법 포획한 고래를 싣고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리 양포항에 입항한 뒤 차량에 옮기던 일당 3명을 장시간 잠복 끝에 현행범 체포했다. 이들이 타고 있던 배 안에선 총 94자루로 잘게 해체된 밍크고래가 발견됐다.
해경은 붙잡힌 3명이 단순 운반만 맡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포획과 판매ㆍ유통 조직원들이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의 행적 등을 조사했다. 이어 포획선 일당의 신원을 파악해 추적에 들어가 지난달 3일 오전 11시쯤,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서 입항하던 포획선을 발견하고 급습해 선원 6명을 검거한 데 이어 이들의 추가 범행을 밝혀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붙잡은 선원들을 통해 최근 포항과 경주, 울산 앞바다에 불법 고래포획이 성행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곧바로 인천 연수구에 있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공조해 항공기를 띄웠고, 형사들이 탑승한 상태에서 지난달 28일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동쪽 약 18.5㎞ 떨어진 바다 위에서 작살로 찔러 잡은 고래를 갑판으로 끌어올리는 포획선 1척을 발견했다. 불법 포경을 현장에서 목격한 해경은 즉시 해상 경비함정과 연안 구조정을 출동시켰다.
해경이 나타나자 불법 포획선은 방향을 틀어 전속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포획선 선원들은 도주 중에도 범행 증거를 없애기 위해 고래고기를 바다에 버렸고, 배 구석구석을 세척하기도 했다.
해경은 1시간 넘는 추적 끝에 기어이 포획선을 붙잡았다. 또 갑판에서 포획선 선원들이 미처 없애지 못한 고래 살점은 물론 면봉으로 남아 있던 혈흔을 채취해 고래연구센터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바다에 버려진 고래는 서로 다른 DNA를 가진 밍크고래 두 마리로 밝혀졌다.
해경의 수사는 계속됐다. 포경선 대부분이 고래 포획에 용이하도록 돈을 들여 쪽문을 달거나 난간을 설치하는 등 개조된 사실을 파악하고 선박 운영자 5명을 검거해 집중 조사했다. 이어 이들과 결탁해 고래고기를 구입하거나 판매해 온 전문식당 3곳까지 적발했다.
성대훈 포항해양경찰서장은 “불법 포획 일당이 지금까지 잡은 밍크고래는 17마리로, 시가 약 16억 원 상당으로 확인됐다”며 “포경을 뿌리 뽑기 위해 앞으로 육상과 해상 공중의 모든 가용 세력을 동원해 엄정 대응하고 검찰과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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