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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수상극 개척 곽창석 감독...올가을 호수에 '우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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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수상극 개척 곽창석 감독...올가을 호수에 '우주' 띄운다

입력
2023.08.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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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초대석]
충주 세종서 '호수 위 우주' 불꽃수상극
국내엔 없던 장르 안착 위해 10년 분투
"멋진 공연 하나로 예술가와 지역 공생"

호수 위 우주 연출한 곽창석 감독.

호수 위 우주 연출한 곽창석 감독.


‘불장난하면 오줌 싼다’는 말이 맞는다면, 필시 이불에 지도 수백 장은 그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프랑스 등 유럽에선 익숙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지만, 국내에는 없던 불꽃융합공연을 개척한 곽창석(49) 예술감독의 이야기다. 지난 12년 동안 갈고닦은 불꽃 다루는 기술을 집약하고, 거기에 서사를 입혀 만든 불꽃수상극 ‘호수 위 우주’를 올가을 충주와 세종에서 선보인다.

곽 감독은 23일 “어머니조차도 아들이 밤하늘에 불꽃 ‘팡팡’ 쏘아대는 불꽃놀이꾼으로 아실 정도로 아직 우리나라에선 낯선 장르의 공연”이라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국내 공연의 종류와 장르가 한층 풍부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21~24일 충주 탄금호조정경기장과 10월 6~9일 세종 호수공원에서 선보이는 불꽃수상극 ‘호수 위 우주’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 곽 감독은 “호수, 우주, 물, 별, 불 이런 요소들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서사가 바로 견우와 직녀 이야기”라며 “관객을 휘감는 폭발력과 속도감, 화려함의 불꽃쇼가 플롯과 결합, 큰 감동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꽃놀이, 불꽃쇼가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큰 감동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불꽃극은 불꽃놀이에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줄이고, 서사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불꽃극이 대표적인 예다.

불꽃수상극은 곽 감독의 학창 시절 화약으로 건물을 철거하는 발파회사 아르바이트가 없었다면 국내에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산업학을 전공하던 그가 전공을 버리고 그 회사에 취업한 뒤 ‘발파’와는 무관한 일에 매달린 결과물이다. “발파, 구조물해체 작업이 메인 사업인 회사에 들어가 불꽃 파트에서만 일을 했습니다. 이것도 예술로 한번 키워볼 수 있겠다 싶었죠.” 불꽃 연출 일을 하던 그가 속한 회사가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 불꽃쇼,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위해 대기업 불꽃팀과 협업하면서 그의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올가을 충주 탄금호와 세종 호수공원에서 펼쳐질 불꽃수상극 '호수 위 우주'의 한 장면. 김태환 작가 제공

올가을 충주 탄금호와 세종 호수공원에서 펼쳐질 불꽃수상극 '호수 위 우주'의 한 장면. 김태환 작가 제공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 2005년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세계적 명성의 불꽃 연출가 피에르 알랭 위베르(Pierre Alain Hubert)의 연출 보조 역할을 멋지게 해내면서 인연을 맺은 뒤 2008년 프랑스로 넘어갔다. 그는 “불꽃놀이는 이전까지 바닥에 설치해 놓고 쏘아 올리면 관객들은 구경하는 관상용 불꽃이었는데, 불꽃을 이용해 배우가 퍼포먼스를 하고, 관객들 사이에서도 화약을 쏘아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불꽃극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렷한 목적을 갖고 2010년 귀국했지만, 이후 과정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로운 장르다 보니 공연을 준비하는 데 하나하나가 발목을 잡았다. “불꽃쇼와 다를 게 뭐 있냐며 ‘사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다른 공연보다 위험도가 있다 보니 공연 허가받아 내는 일 등... 다 풀자면 입이 아플 정돕니다.”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는 극이다 보니 공연 의상과 소품, 오브제 등 하나하나 직접 개발, 제작해야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야외 공연용 이동형 화염장치 및 컨트롤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무선 컨트롤 화염장치를 특허 등록한 것도 그 고난의 증거들이다.

올해 처음으로 온전한 불꽃수상극을 충주와 세종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된 것도 이 같은 열정을 평가받은 덕분. 곽 감독은 “이번 공연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 센터는 지금까지 실외 극이라곤 쳐다보지도 않던 단체예요. 좀 이상하죠?”

곽 감독의 꿈은 생소한 장르의 공연을 한국에 안착시키는 데 머물지 않는다. 상설관광콘텐츠로 자리 잡도록 해 지역과의 상생도 염두에 두고 있다. “공연 콘텐츠 하나 잘 만들어 놓으면 그걸 보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찾습니다. 도시 브랜드가 올라가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죠. 그러면 세금이 더 걷히고, 지자체는 그걸 다시 공연팀에 지원합니다. 바로 선순환이 생기는 겁니다.”

그 가능성도 이번에 살짝 봤다는 곽 감독이다. 인터넷 예매사이트에 공연을 올린 지 하루도 안 돼 세종 공연 4,000석이 매진된 것이다. “뮤지컬 ‘레베카’ 10주년 기념 공연 예매율을 제치고 1위를 했어요. 공연 하나로 예술단체와 지자체, 상인 단체가 모두 웃는 날이 분명 올 겁니다."

정민승 기자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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