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대형 로펌 이직자만 29명
피감 금융기관으로 이직도 급증
최근 10년간 금융감독원 퇴직자가 가장 많이 이직한 곳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포함한 대형 로펌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감 대상이었던 금융권에 재취업하는 경우도 최근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취업 승인이 결정된 190명 가운데 김앤장으로 이직한 퇴직자가 11명에 달했다. 단일 회사로 가장 많은 숫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원칙적으로 퇴직일로부터 3년간 대형 로펌이나 금융사 등에 재취업할 수 없으나, 퇴직 전 5년간 담당 업무가 재취업 기관에서 맡을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등의 사유가 인정되면 가능하다.
금감원 출신들의 대형 로펌행은 줄을 잇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8명), 태평양(4명), 율촌(4명), 세종(2명) 등까지 포함하면 최근 10년 동안 5대 로펌으로 향한 금감원 퇴직자만 총 29명에 달했다. 취업 승인·가능 퇴직자의 15.3%에 이른다. 실제 2020년에는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광장으로, 2016년에는 권혁세 전 금감원장이 율촌으로 이직했다.
금감원의 검사·감독대상인 금융기관으로 이직한 경우도 적지 않다. 올 들어 재취업 승인을 받은 21명은 모두 금융지주를 비롯해 저축은행·보험사·카드사·증권사·회계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BNK투자증권과 자산운용, 하나증권, 롯데카드 등이 포함된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보직을 주지 않는 금감원의 인사 제도 특성상 50세를 전후로 밀리듯 퇴사하는 이들이 제2의 인생을 찾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감독기관의 전문성을 이용해 퇴직 후 금융회사의 소송건을 따오거나, 피감 기관으로 이직해 금감원의 검사 상황을 미리 알아내는 ‘전관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로펌이나 금융회사가 금감원 퇴직자들을 뽑는 것도 실제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금감원 전관 카르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과거 금감원은 퇴직자들이 저축은행 감사 등 주요 자리를 대거 차지했다가, 대출 부실 등을 미리 파악하거나 막지 못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저축은행 사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최근 퇴직자들의 금융권 이직 러시도 이런 우려를 갖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달 임직원에게 "금감원 출신 금융사 임직원과의 사적 접촉, 금융회사 취업에 있어 국민의 시각에서 한 치의 오해도 없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 언행이 국민 기대치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신뢰받는 금융감독기구를 향한 우리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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