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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산불 피해.. 하와이 동물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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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산불 피해.. 하와이 동물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들

입력
2023.08.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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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미국 하와이 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사람의 피해가 큰 만큼 길을 잃거나 다친 동물들도 속속 발견됐습니다. 이들을 돕기 위한 각계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마우이섬 산불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는 114명이며, 실종된 사람은 1,3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동물들 역시 상당수가 갈 곳을 잃었다고 합니다. 하와이 지역의 대표 동물보호소인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Maui Humane Society) 홍보담당 디렉터 케이티 섀넌(Katie Shannon) 씨는 “심한 화상을 입어 우리 단체 보호소로 오는 동물들을 목격했다"며 “불이 붙어 발바닥이 검게 그을린 개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몸이 곳곳이 불탄 채 발견된 고양이 '알라니'. 알라니 외에도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는 동물 52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페이스북

지난 11일 몸이 곳곳이 불탄 채 발견된 고양이 '알라니'. 알라니 외에도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는 동물 52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페이스북

지난 11일에는 몸 곳곳이 불탄 채 발견된 고양이 한 마리도 발견됐습니다.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이 고양이의 발견 당시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고양이 발바닥이 전부 불에 그을렸을 뿐 아니라 얼굴에도 불이 번져 수염이 모두 타 버렸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보호자를 찾기 위해 마이크로칩을 찾아봤지만, 이 고양이의 보호자를 알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단체 측은 이 고양이에게 ‘알라니'(Alani)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알라니는 상당 부분 회복됐으며, 보호소 내 다른 동물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이 보호소는 알라니와 같은 고양이뿐 아니라 개, 기니피그, 토끼, 닭 등 52마리 동물들의 화상 치료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보호소에는 알라니를 비롯한 개, 고양이, 조류 등 52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페이스북

현재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보호소에는 알라니를 비롯한 개, 고양이, 조류 등 52마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페이스북

문제는 현재 치료를 받는 동물들보다 훨씬 많은 동물들이 화재 현장을 헤매고 있다는 점입니다. 산불로 인해 급히 대피하느라 반려동물과 헤어진 이재민도 많다고 합니다.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대략 3,000마리 정도의 동물들이 화재 현장에서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추산합니다. 리사 라브레크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대표는 지금도 ‘반려동물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의 실종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며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며 혹독한 미래를 예고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마우이 보호소의 수용 가능한 공간은 없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밀려들 피해 동물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보호소를 확장하거나, 기존에 지내던 동물들을 빠르게 입양 보내는 방법들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안타깝게도 산불로 모두가 아비규환인 섬 안에서 어찌할 방도를 모르고 있던 그 순간,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18일,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항공기 한 편을 마우이 섬으로 보냈습니다. 오클랜드에서 온 비행기는 티셔츠, 담요, 손전등, 양말, 구급 키트 등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 물품을 가득 담고 마우이 섬에 착륙했습니다. 그리고, 이 비행기에는 136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탑승했습니다. 바로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보호하던 개와 고양이들이었습니다. 마우이 섬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시의 동물단체들이 마우이 섬의 동물들의 입양을 주선해 주기로 약속한 겁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이들 단체들의 선의를 돕는 징검다리 역할에 나섰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로라 니에토(Laura Nieto) 사회적 책임 담당 상무는 “산불로 피해를 입은 하와이 시민들과 마음만은 함께하고 있으며, 단순히 마음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니에토 상무는 “동물들이 새로운 가족을 찾아 떠나는 본토로 떠나는 여정에도 마음을 다해 도움을 주려 애썼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보호하는 동물들을 본토에 있는 동물보호소로 옮기는 대형 이동봉사를 맡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보호하는 동물들을 본토에 있는 동물보호소로 옮기는 대형 이동봉사를 맡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San Francisco Bay Area)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19일 이 지역 헤이워드(Hayward) 공항에도 40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이 내렸습니다. 이 개와 고양이들도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에서 보호하던 동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을 받아들이는 일을 주도한 버클리 휴메인 소사이어티(Berkeley Humane Society)의 책임자 제프리 제르베크(Jeffrey Zerwekh) 씨는 현지 매체 ‘CBS 베이 에어리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와이에서) 불이 났을 때, 우리는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지역 보호소들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나눠서 함께 도움을 줘야 했죠.


제르베크 씨는 이스트 베이 SPCA와 마린 휴메인 소사이어티(Marin Humane Society) 등 지역 6개 동물단체 연합을 조직했습니다. 비록 이 지역 보호소도 가득 차 있었지만, 화재가 발생했던 하와이에 비하면 보호소 공간을 넓히거나 임시보호 가정을 구하는 데에는 더 여력이 있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제르베크 씨는 “마우이 섬의 보호소 동물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면 마우이 섬의 단체들은 한숨을 돌릴 여력을 찾는다"며 “그들이 여력이 생긴다는 건 그 지역의 동물들을 구하고 장기적인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할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버클리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다가오는 주말, 이 동물들의 입양을 주선하는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행사에서 하와이 보호소 출신 동물들을 입양하면 동물등록 비용 등이 면제되는 특별한 혜택도 주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르베크 씨는 “우리는 단순히 동물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재난이 발생했을 때, 서로 도움을 주는 연대의 역할도 한다"며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든, 우리는 서로를 더 잘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곳곳에서 뻗친 도움의 손길에 마우이 휴메인 소사이어티도 화답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SNS를 통해 “모든 동물들이 무사히 본토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며 “이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해 줄 가족으로 입양 갈 모든 준비를 마친 아이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여러분의 도움 덕분에 마우이 섬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아야 할 아이들의 공간이 더 확보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상처가 회복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렇게 도움의 손길이 빠르게 들어간 만큼 그 회복의 시간은 좀 더 앞당겨질 것 같습니다. 부디 한시라도 빨리 화재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또한 영원한 가족을 더 빨리 찾게 될 동물들의 행운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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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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