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예비부부 건강권 민원 1493건
"퇴사와 임신준비 중 하나 택해야"
"맞벌이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이 시대에 터무니없는 소득기준 때문에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가 난임 지원을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남편의 난임을 확인했는데, 무조건 여자가 먼저 시술을 받아야 남편 수술 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시술받아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예비부모 건강권 관련 민원을 공개하고, 이를 정책 수립에 반영해 달라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난임 등 예비부모 건강 관련 민원은 총 1,493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난임 등 지원 확대 요청(480건) △난임 시술 휴가 문의(338건) △의료기관 및 지원 시스템 불만(167건) △지자체별 상이한 지원정책에 대한 이의(161건) 순이었다. 민원 신청인은 30대(64.1%)와 40대(27.2%)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한 민원인은 "기준보다 건강보험료 납입액이 2만 원 높아 '지원 불가' 통보를 받고 보니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다른 지역은 소득기준을 폐지했다고 들었는데, 어느 지역은 가능하고 어느 지역은 불가능하다고 차별을 두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첫째 아이만이라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 횟수 제한을 없애달라" "일반 사기업은 난임휴가 3일을 제외한 휴가나 휴직제도가 없어 퇴사와 임신 준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등 목소리도 있었다.
권익위는 이 같은 민원 분석을 바탕으로 △난임 시술비 지원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재전환 △난임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 폐지 또는 대폭 완화 △건강보험 급여 횟수 확대 △남성 난임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등 17개 정책사항을 제안했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그동안 저출산 정책은 출산 이후의 지원이 집중돼 있고, 난임 발생 예방 등 출산 전 단계에 대한 지원은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며 "민원 분석 결과가 관계기관의 저출산 정책 수립에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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