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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ARM처럼 AI 반도체 업계서 슈퍼 '을' 되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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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ARM처럼 AI 반도체 업계서 슈퍼 '을' 되는 게 목표"

입력
2023.08.24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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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IP 스타트업 오픈엣지 이성현 대표
삼성전자 엑시노스 개발자 출신
국내 IP 기업 필요성 느껴 창업 나서
인력 확보 위해 미국, 캐나다에 지사 설립도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오픈엣지 제공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오픈엣지 제공


최근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자산(IP)회사인 ARM이 미 나스닥 시장에 상장을 신청하면서 반도체 생태계에서 IP 기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가 무려 700억 달러(약 94조 원)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꼽은 것도 IP 파트너 확대였다. 자체 기술력만으로는 대만 TSMC를 추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장악한 반도체 IP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을 개발한 이성현 대표2017년 창업한 '오픈엣지 테크놀로지'다. 22일 서울 역삼동 오픈엣지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무조건 찾는 회사로 만들어 ARM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는 도전적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서 칩 만들다 "돈 버는 건 IP 기업이란 생각에 창업"

영국 반도체 기업인 ARM. ARM 홈페이지

영국 반도체 기업인 ARM. ARM 홈페이지


반도체는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지는 만큼 생산 과정도 세분화돼 있다. 퀄컴, 애플, 미디어텍 등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 기업과 이들의 설계도를 받아 제작만 하는 파운드리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팹리스 기업이라도 모든 부분을 혼자 힘으로 하지 않는다. ARM, 오픈엣지 등 IP 기업이 이미 만들어 놓은 기술을 사 온 뒤 특화해야 하는 분야만 직접 만들어 시행착오와 개발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많이들 택한다.

이 대표도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AP '엑시노스'를 개발하면서 글로벌 주요 IP 기업으로부터 IP를 사다 썼다. 그는 "영국 ARM이나 미국 시놉시스 등으로부터 값비싼 IP를 로열티를 주고 가져와 칩을 만들었다"며 "그러면서 과연 돈을 버는 곳이 어딘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번 IP를 사 와서 끝날 일이 아니라 기술 지원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며 "그런 과정에서 해외 기업과 소통이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외 기업의 IP를 써본 입장에서 국내 기술력을 갖춘 IP 기업이 나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한 그는 2015년 회사를 그만두고 2년 동안 준비 끝에 2017년 오픈엣지를 차렸다. 그가 주목한 분야는 AI에 특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다. 하지만 IP 사업이 기업 간 거래(B2B)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규 IP 회사가 오랫동안 검증을 받아온 글로벌 기업을 대체하기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업계 동료, 대학 등 반도체 업계서 성공한 분들을 고문 형태로 모셔오는 한편 중소기업의 작은 규모의 IP부터 공급하면서 차근차근 포트폴리오를 넓혔다"며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해서 해외 지사까지 과감히 설립했다"고 말했다. 오픈엣지는 전체 직원 150여 명 중 절반가량이 석박사급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캐나다 토론토 현지 인력도 60명에 달한다.



"메모리 강국 한국, AI 반도체 시장 승산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챗GPT 등 생성형 AI 붐이 불면서 AI 반도체 IP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NPU 분야에서 ARM과 같은 압도적 지위의 IP 회사는 없다.

오픈엣지는 출범 6년이 된 현재 국내외 30여 개 고객사와 50여 건 이상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기술 특례로 지난해 9월 코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4월에는 일본 도요타 그룹 계열사인 아이신과 차량용 반도체 IP 라이선스 계약을 하면서 국내 AI 반도체 IP 업체 중 처음으로 글로벌 고객사 유치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초거대 AI를 가동하려면 수많은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전달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메모리 반도체를 잘 이해하는 기업과 이를 보유한 국가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기반 아래 정부 차원의 생태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만 TSMC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삼성전자보다 10배 이상 많은 IP 기업과 협업 체계를 갖춰서"라며 "글로벌 수준을 갖춘 국내 IP 기업이 튼튼하게 자리 잡아야 반도체 생태계가 강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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