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부터 동급생 언어폭력
담임 교사 "고통 견디는 것도 과정"
백군 27㎏→22㎏ 줄어...고통 호소
협박 학부모 사과 메일 보내
최근 학교폭력을 호소하며 서울과학고를 자퇴한 영재 백강현(11)군의 아버지가 “학교는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시스템만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학교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아버지 백씨는 21일 유튜브에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의 학교 시스템만 강조한다면 애초에 열 살 아이를 왜 선발했나”라며 “이렇게 대책도 없이 버리면 한 아이의 장래는 어떡하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올렸다.
백씨에 따르면 백군은 지난 5월부터 같은 학급 학생들로부터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가해자들은 “네가 이 학교에 있는 것은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다”라는 얘기를 일주일에 2~3번씩 지속적으로 했다. 조별 과제를 할 때면 “강현이가 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조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백군은 조별 과제 때 발언권도 없었고, 할당 임무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같은 따돌림은 모든 과목에서 동일하게 지속됐다고 백씨는 주장했다.
백군은 온라인에서도 조롱당했다. 백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강현이에 대한 조롱의 게시글을 보게 됐다”며 “아이가 허물어져 내렸다. 그렇게 밝았던 아이가 힐끗힐끗 곁눈질을 하고 말도 더듬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올해 3월 입학 당시만 해도 몸무게가 27㎏였던 백군은 22㎏까지 빠졌다.
백씨는 학교에 학교폭력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고발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백군이 학교를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고발은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득했고, 백씨도 학교 측 얘기를 듣고 고발하지 않았다. 백씨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도 없이 단지 앞으로 조별 과제를 할 때 강현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 주겠다는 학교 측의 설득만 철석같이 믿고 학폭위도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 돼 버렸다”고 했다.
변한 건 없었다. 백군은 팀별 발표를 혼자 준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담임교사에게 요청했지만, 거절됐다. 백씨는 “(교사로부터) ‘강현이 한 명 때문에 학교의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강현이가 시스템에 맞춰라’라고 했다”면서 “또 ‘고통을 견디는 것도 과정의 하나다’라고 했다”며 밝혔다. 백군은 다음 날(8월 18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이후 백군의 자퇴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학폭 논란에 한 학부모는 백씨에게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협박 메일을 보냈다. 백씨는 이날 영상에서 “해당 학부모에게 사과 메일을 받았고, 용서해 주기로 했다”며 “가해 학생에게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12년생인 백군은 지능지수(IQ) 204로 2016년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수학과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드러내면서 화제를 모았다.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해 이듬해 5학년으로 조기 진급했고, 지난해 4월 중학교 입학에 이어 올해 3월 서울과학고에 입학했다 지난 18일 자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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