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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인 카르텔, 국가에 선전포고하다

입력
2023.08.2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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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 플랜 콜롬비아

2022년 5월 체포돼 보고타 군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호송되는 한 마약 카르텔 두목 오토니엘(Otoniel, 오른쪽 두 번째). AP 연합뉴스

2022년 5월 체포돼 보고타 군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호송되는 한 마약 카르텔 두목 오토니엘(Otoniel, 오른쪽 두 번째). AP 연합뉴스

1970~80년대 콜롬비아 ‘메데인 카르텔’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1949~1993)가 1989년 8월 24일, 콜롬비아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언했다. 미국과 콜롬비아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과 마약사범의 미국 송환에 대한 응전이었다.

카르텔 본거지 메데인의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카르텔은 정부와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법조인 등 “우리를 공격한 자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절대적인 전쟁(total and absolute war)을 선언한다”며 “우리는 우리 가족을 존중하지 않는 자들의 가족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르텔의 일관된 노선이 ‘은 아니면 납(Plata o Plomo)’, 즉 돈(매수) 아니면 총탄(죽음)이었던 만큼, 발표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게 없었다. 카르텔은 경찰과 공무원 정치인과 법조인들을 일삼아 매수했고, 매수되지 않는 이들은 살해했다. 카르텔이 번성한 20여 년간 그렇게 희생된 이는 유력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최소 5,000여 명에 달했다. 그들에겐 다국적 용병들로부터 전투 폭파 테러 훈련을 받은 준군사조직이 있었다. 그들의 선전포고 이후 마약전쟁은 실질적인 ‘내전’으로 확대됐다. 엄밀히 말하면 최대 피해국 미국(마약단속국)과의 대리전쟁이었다.
에스코바르의 피살로 90년대 중반 이후 중남미 마약 거점은 멕시코로 오히려 북상했고, 미국 마약 시장은 더 커졌다. 미국은 ‘플랜 콜롬비아’라 불린 저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2022년 8월 집권한 경제학자 출신 좌파 정치인 구스타보 페트로(1960~) 콜롬비아 대통령은 기존의 대마약 정책을 강공 일변도에서 ‘고리 끊기’ 전술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기업형 코카 농장은 지속적으로 단속하되 대상 범위를 축소하고 대신 코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해 생계 대안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콜롬비아 대통령제는 4년 중임제이고, 저 전쟁의 승패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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