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최대 4억8000만원... 45명이 5000만원 이상 수수
188명은 겸직 신고 전무… 교육부, 징계·수사의뢰 검토
경기 사립고 수학교사는 2018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5년 동안 7개 학원·강사의 모의고사 문항 출제에 참여해 총 4억8,526만 원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역시 대형 학원 등에 문항을 만들어 팔면서 서울 사립고 화학교사가 업체 2곳에서 3억8,240만 원을, 서울 공립고 지리교사가 5곳에서 3억55만 원을 받았다. 서울의 공립고 수학교사와 공립중 윤리교사, 인천 공립고 과학교사도 1억4,000만~2억9,000만 원을 수수했다. 이들은 모두 학교에 겸직 허가를 받지 않았다.
300명에 가까운 교사들이 문제 제공, 교재 제작 등의 대가로 사교육업체에서 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일부는 학원 여러 곳과 계약을 맺고 수억 원을 받았다. 교사의 본분인 학교 수업보다 사교육 시장에서의 돈벌이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교육부는 현직 교원 297명이 최근 5년간 사교육업체 연계 영리활동을 자진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달 2주간(1~14일)을 자진신고 기간으로 정해 신고를 접수한 결과다. 교육부가 올해 6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일부 교사들이 사설업체에 '킬러(초고난도)문항' 등을 팔고 수천만~수억 원을 챙겼다는 제보를 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유착관계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 부처 안에서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사람이 여러 건의 돈벌이를 한 경우가 많아 영리행위 기준 신고건수는 786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모의고사 문제 출제'가 5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입시업체나 특정 강사를 위한 교재 제작'과 '강의·컨설팅 참여'가 각각 92건으로 뒤를 이었다. 기타 유형은 47건이었다. 이 가운데 341건은 겸직 허가 없는 영리활동이었다. 교사 297명 중 188명이 학교장에게 겸직 신청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신고했다.
최고 5억 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린 것을 포함해 5년간 5,000만 원 이상 벌어들인 교사가 45명이었다. 대부분 대형 입시학원이나 '일타 강사' 등 유명 강사들과 계약을 맺었다. 거액을 챙긴 교사들을 두고는 킬러 문항을 집중 제공했을 것이란 의심이 돈다. 교육부가 자진신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통상 킬러문항을 제공해야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게 학원가 얘기다. 한 유명 입시학원 대표는 "잘나가는 강사는 번거로운 킬러문항 출제를 교사에게 고단가로 맡기고 자신은 온라인 강의와 교재 집필 등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실제 수수액 등 사실관계를 검토한 뒤 신고자들을 엄중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5년간의 영리활동을 신고 대상으로 정한 것도 교원의 금전 관련 징계시효가 5년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안별로 고의성, 중과실 여부, 영리행위 심각성, 수수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교사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징계 사유가 된다. 설령 겸직 허가를 받았더라도 해당 영리행위가 교사의 정상적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는 수준이라고 교육부가 판단한다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받은 교사들의 영리행위에 대해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모의고사 출제 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업무방해 혐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미신고 교원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감사원과 함께 조사 및 감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내 교원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도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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