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그리스 등 관광 국가
여행객 대상 ‘바가지요금’ 기승
고물가에도 미·아시아 관광객↑
“샌드위치를 반으로 잘라 달라고요? 그럼 2유로(약 3,000원)를 내세요.”
올해 여름 휴가철 유럽을 찾은 여행객들이 식당에서 받았던 ‘황당한’ 안내 중 하나다. 음식을 나눠 먹을 빈 접시나, 아이의 젖병을 데울 전자레인지에도 어김없이 사용료가 붙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한 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든 이탈리아와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의 대표적 관광 국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바가지요금’의 현주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2023년 여름은 역사상 가장 ‘비싼’ 계절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 같은 이탈리아의 바가지요금 사례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소비자보호단체는 최근 관련 사례를 모아 ‘미친 영수증(Crazy Receipts)’이라면서 올여름 이탈리아 관광지 물가가 성수기 이전보다 약 1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알바니아나 몬테네그로 등 지중해의 다른 관광지 물가와 비교해도 약 240%나 치솟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앉은 자리에서 ‘항구’의 풍경이 보인다는 이유로, 커피 2잔과 작은 물 2병에 60유로(약 8만7,000원)를 받은 호텔도 있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지중해 해안가에선 ‘파라솔 전쟁’도 한창이다. 호텔·식당 등에서 파라솔과 선베드를 설치하고 이용료로 120유로(약 17만5,000원) 안팎을 거둬들이는 통에, 돈 없이는 해변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영국 가디언은 “그리스 파로스섬에서 유료 파라솔에 반대하는 단체까지 ‘파로스 해변을 지키자’라는 이름으로 결성되는 등 항의가 거세다”고 전했다. 파로스섬의 한 주민은 “법에선 수익 사업으로 해변의 50%만 쓸 수 있다는데, 실제론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불평했다. 그리스 당국은 수사에 착수해 관련 법 위반 혐의로 33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프랑스 남부 휴양지 생트로페의 일부 식당에서는 이전 방문 때 ‘돈을 충분히 쓰지 않은’ 고객의 예약을 거부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프랑스 지역지 니스마틴은 “방문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인한 후 기준에 미달했다면 ‘9월 초까지 예약이 다 찼다’고 응대하는 방식”이라며 이런 사례를 보도했다. 혹은 1인당 최소 1,500유로(약 219만 원)를 써야 예약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 관광객의 ‘지갑 열기’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바가지가 극성인데도 유럽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올여름에만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300만 명 더 많은 6,800만 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보인다. 통제불능 고물가 탓에 이탈리아인의 4분의 1가량은 휴가철에도 집에 머물기로 결정했으나, 이들의 빈자리를 미국과 아시아의 관광객이 채웠다고 이탈리아 관광부는 밝혔다. 프랑스 파리의 올해 예상 방문객도 3,700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유럽 곳곳에서는 오히려 ‘오버 투어리즘’ 때문에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는 실정이다.
하지만 관광객 역시 평생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꿈의 여행지’를 찾는 만큼, 바가지요금 실태를 알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탈리아 로마 나보나광장을 찾은 한 미국인 관광객은 “젤라토와 아페롤 스프리츠(이탈리아 칵테일), 호텔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들였지만, 우리는 비싼 가격을 알면서도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번 여행을 꿈꿔 왔다”고 CNN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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