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주류 중진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위기론이 제기되자, 친윤석열계 지도부가 이들에 대한 배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양상인데, 지금이 그럴 시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산적한 민생현안까지 감안하면, 벌써 내부 권력·공천 다툼에 골몰하는 모습은 국정운영 한 축인 여당의 책임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위기론을 점화시킨 건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중진 의원들이다. 4선의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 당에 있는 당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은 수도권 선거를 전혀 치러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면서 연일 수도권 위기론을 강조하고 있다. 3선의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도 “(수도권이) 심각한 위기"라면서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에 야당을 뽑겠다는 분들이 더 많다"고 가세했다.
이들의 주장은 당 지도부 책임론으로 이어지면서 분란을 키우고 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승객이 탔는데 거짓 선동을 해서 침몰하게 한다면 함께할 수 없다”는 소위 ‘승선론’으로 반박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까지 이 사무총장을 두둔, 친윤계 지도부와 비주류 간 내홍은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상과제인 내년 총선 승리는 수도권을 내주고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수도권 위기론의 지표가 되는 여론조사 대부분은 아직 여야 어느 쪽에 일방적이라고 결론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총선까지 남은 8개월간 여론이 유동적이라면 민생 챙기기에 최우선을 두는 게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히려 당 지도부를 장악한 영남권과 수도권 의원들의 상황판단이 다르고, 서로 충돌하는 게 위기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여당은 민생을 팽개치고 내부 다툼만 한다면, 선거에서 민심의 회초리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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