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몰래 대여금 상환 처리하라" 지시
횡령·배임 외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검토
소환 앞두고 횡령액 줄이려는 의도인 듯
800억 원대 횡령·배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대우산업개발의 이상영 전 회장이 수사를 대비해 회계장부 조작을 지시한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횡령 등 핵심 혐의에 주력하면서 증거인멸교사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인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민경호)는 이 전 회장이 검찰 출석을 통보받은 회사 임원에게 “(미수령 상태인) 내 퇴직금으로 대여금 일부를 상환했다고 회계장부에 기록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단서를 최근 포착했다.
이 전 회장은 올해 5월 퇴직 이후 약 60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수개월간 받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퇴직금을 자신이 횡령한 것으로 지목된 대여금을 갚는 데 쓴 것처럼 장부를 꾸며 달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의심이다. 이 전 회장은 자기 대신 회사 경영을 총괄하는 신수길 변호사가 모르도록 작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장부 조작을 통해 횡령 액수를 줄이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이 전 회장의 이런 행보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해 구속 수사를 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회사 임직원들에게 ‘불구속 수사 탄원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지시하거나, 자신이 인정하고 있는 횡령·배임 액수 중 일부는 현금으로 갚고, 일부는 퇴직금으로 상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수사의 ‘메인 타깃’인 횡령·배임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달 16일과 17일 이 전 회장을 소환해 횡령·배임 혐의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등 혐의 공범으로 입건된 한재준 전 대표 역시 이달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한 전 대표는 1,000억 원대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외부감사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 역시 분식회계에 가담했다고 보고 이르면 이번 주 두 사람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 혐의액이 적지 않은 점 등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고 본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7차례에 걸쳐 회삿돈 140억8,600만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빼돌려 주식투자 등 개인 용도로 쓰는 등 총 270억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법인카드 여러 장을 해외로 빼돌려 사용하는 등 회사에 약 560억 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75위에 오른 중견 건설회사다. '이안'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분식회계와 경영비리 등의 내홍을 겪으면서 경영 상태가 악화돼 이달 초 법원에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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