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금리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
견조한 경제지표에 고금리 장기화 반영
중국 경기 불안도 맞물려 신흥 시장 타격
미국 채권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일찌감치 연 5%를 돌파해 버린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탓이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 격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채권금리 급등(채권값은 하락) 여파에 뉴욕 증시도 휘청거렸다. 중국의 경기 불안까지 닥친 가운데, 미 국채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도 재차 숨죽이고 있다.
"금리 인하 시기상조"... 10년물 금리 끌어올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258%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건 경기 경착륙 우려가 수그러든 영향이 크다. 최근 미국은 강한 경기 회복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애틀랜타 연방은행이 실시간 성장률 예측 모델인 'GDP 나우'를 통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5.8%로 내다봤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의 견조한 경제는 시장에 '긴축 공포'를 환기시켰다. 이날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긴축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 역시 이날 5% 선에 바짝 다가섰다.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채권 투자 심리를 짓누른 결과, 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완료했을 수 있으나 금리를 내리진 않는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가 직격탄... 미 모기지 금리도 22년 만에 최고
미 국채 금리 상승은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일단 세계 증시의 나침반 격인 뉴욕 증시가 몸살을 앓는다. 실제 이날 나스닥(-1.15%) 등 뉴욕 3대 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마감했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상환 부담도 커지는 만큼, 가파른 금리 상승은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뱅크레이트'는 국채금리와 연동된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최근 22년래 최고치인 7.3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 미국 모기지 금리는 5%대였다.
게다가 국채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 20년간 경험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며 "향후 10년 동안 평균 4.75%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 심리도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위축될 공산이 크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 위기 및 경제 둔화와도 맞물려 연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미 채권 금리 상승과 중국발 우려 등으로 신흥국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전했다. 17일 한국 코스피(-0.23%)도 5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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