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만에 '자동화금고시스템' 가동
자동화 설비가 수작업·지게차 대체
5만 원 화폐를 1만 장씩 묶은 현금 포대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간다. 기계가 모양과 무게를 식별하면 커다란 로봇 팔이 포대를 들어올려 화물 틀(팰릿) 위에 내려놓는다. 이 과정을 60번 반복하자 단 6분 만에 자로 잰 듯 깔끔한 300억 원 현금탑이 완성됐다.
한국은행은 16일 ‘자동화금고 시스템’ 가동식을 기념해 새로 개편된 화폐 입고 과정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정식 가동은 2017년 도입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구축에 착수한 지 3년 반 만이다. 본관 리모델링 기간 서울 강남본부로 임시 이전했던 발권국이 본부로 재입주하면서 이달 8일부터 자동화금고 시스템을 활용한 발권 업무가 재개됐다.
기자단이 방문한 본부 화폐수납장에선 육안으로 화폐를 검수하는 직원이나, 현금 포대를 운반하는 지게차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낯선 모습의 기계 설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고 있었다. 시중은행이나 조폐공사로부터 화폐가 도착하면 먼저 자동검수기가 사진을 촬영하고, 화폐 권종과 무게를 자동으로 측정·식별해 금액의 정확성을 확인한다. 커다란 팔 형태로 팰릿에 화물을 싣는 산업용 로봇인 팰리타이징 로봇(palletizing robot)이 적재 수량과 형태에 맞춰 화폐를 팰릿에 쌓아올리면, 수직반송기와 전용 컨베이어가 금고로 운반한다.
금고에 도착한 화폐는 무인운반장치(AGV)가 넘겨받아 사전 지정한 저장 선반에 적재한다. 기존 지게차로는 닿을 수 없는 고층까지 선반을 새로 설치해 화폐 눌림 현상을 원천적으로 제거했고, 적재 용량도 30%가량 늘렸다. 5만 원권으로만 채웠을 때 수십조 원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금고 내 화폐의 입·출고 지시와 재고 관리, 자동화설비 제어 등은 새로 구축한 통합관리 전산 시스템을 이용한다. 김근영 한은 발권국장은 “새 시스템 도입으로 자동화율이 40%에서 70~80%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은은 자동화금고 시스템 도입으로 금고 관리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물리적인 금고 출입과 화폐 접근을 최소화해 보안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게차 등을 사용한 수작업 방식에 비해 사고 가능성을 줄여 안전성도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날 가동식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LG CNS 등 시스템 개발업체에 감사패를 수여하고 담당 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화폐 수급 여건과 유통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국민들의 화폐 사용과 경제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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