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침체 탓에 자산 가치 하락
미국 170만 명 이탈 '최다'... "리치세션 뚜렷"
세계 자산 규모도 감소... "금융위기 후 처음"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백만장자가 350만 명이나 줄어들었다는 집계가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 침체 등 경제환경 변화 탓에 고소득층도 저소득층 못지않게 상대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미의 신조어인 ‘리치세션’(Rich+Recession)이 현실화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크레디트스위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인플레이션과 여러 통화 가치 하락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부의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순자산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인 성인이 2021년 말 약 6,290만 명에서 지난해 말 5,940만 명으로 감소한 게 대표적이다. 이처럼 백만장자가 350만 명 적어진 결과, 블룸버그 억만장자(순자산 1억 달러 이상) 지수상 세계 500대 부자의 자산도 지난 한 해 동안 1조4,000억 달러(약 1,874조 원) 줄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백만장자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미국으로 나타났다. 170만 명이 백만장자 호칭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자산 1억 달러(약 1,330억 원) 이상인 ‘슈퍼 리치’ 대열에서도 1만7,260명이 이탈했다. 미국 다음으로는 △일본(60만 명) △영국(44만 명) 등이 백만장자 클럽 탈락자 수가 많았다.
주된 이유로는 주식과 채권 등 자산 시장의 침체가 꼽혔다. 지난해 내내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했고, 이에 투자 심리도 위축되면서 자산 시장 타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엔화 가치 폭락 등 환율 변동도 전 세계 자산의 5.8%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환경 변화로 ‘리치세션’ 현상도 뚜렷해졌다고 WSJ는 짚었다.
거시적 차원에서도 자산 규모 축소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전 세계 자산 총액은 454조 달러(약 60경6,000조 원)로, 전년보다 2.4% 줄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가디언은 “부유층과 중산층, 저소득층을 가리지 않고 자산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 부유층은 예외적으로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경제 제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루블화 가치 상승 덕에 5만6,000명의 ‘신생 백만장자’가 탄생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는 폭락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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