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23조 추가 수출 지원
5대 시중은행 5.4조 공급
김주현 '횡재세' 언급도
수출기업 지원에 시중은행까지 동참하기로 했다. 총 5조4,000억 원 규모다. 업황 부진에 대중국 수출 감소까지 겹친 상황이라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에 더해 '구원 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열어 '수출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2월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나온 수출 지원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수출기업들의 건의 사항을 반영해 마련됐다.
민관이 손을 잡고 수출기업에 추가로 23조 원 규모를 지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다양한 방식의 수출기업 지원안을 내놓긴 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간재 중심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에서 무역금융 지원은 시중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시중은행에 동참을 요청했더니 의외로 협조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먼저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시중은행은 보증기관(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에 특별출연하거나 자체 여력을 활용해 별도의 수출기업 대상 우대상품(총 5조4,000억 원 규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은행별로 대출금리는 최대 1.5%포인트까지, 보증료는 최대 0.8%포인트까지 우대해 연간 500억 원 수준의 이자 및 보증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완전보증 상품, 만기 자동연장 상품 등 다양한 선택지도 은행별로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위 측은 "완전보증 등은 도덕적 해이 때문에 정책금융기관에서 잘 안 해 주는데, 은행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줬다"며 "기업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정책금융이 해 줄 수 없는 수출입대금 결제 및 환변동 해지 과정 역시 시중은행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은행들은 수출환어음 할인율을 최대 1.2~1.5%포인트 낮추고, 수입신용장 비용을 인하하거나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대상은 정부 선정 수출유망품목 또는 수출우수기업 중 대기업을 제외한 2,500여 개 기업이다. 최상위 기업의 경우 자체 신용이 있어 무역금융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지원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번 시중은행의 정책 참여가 일종의 '횡재세(windfall tax)' 역할을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횡재세는 기업 자체 경쟁력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인해 거둔 초과이익에 물리는 세금으로, 팬데믹 이후 유럽연합(EU) 내 20개국 넘는 곳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은행업이 코로나19 기간 기업과 개인 대출로 엄청난 이자수익을 얻은 만큼 수출기업 지원으로 사회에 환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은행에 40%에 달하는 횡재세를 부과한 이탈리아 사례는 은행산업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는데, 금융당국이 횡재세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번 수출기업 지원은 의미 있는 사회 기여일 뿐 아니라 은행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고객 기반 확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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