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친 불법 촬영 이미지 온라인 퍼뜨려
"평생을 사진 지우는 데 낭비할 것" 협박
텍사스주 배심원단 '철퇴'... "경종 울려야"
미국에서 여자친구와의 이별 후 보복 심리로 불법 촬영 이미지를 유포한 남성이 1조 원을 훌쩍 웃도는 배상금을 물어 줘야 할 처지가 됐다. 해당 소송 배심원단이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청구액의 12배에 달하는 배상 평결을 내리는 ‘철퇴’를 가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미 텍사스주(州) 해리스지법 배심원단이 지난 11일 A씨의 전 남자친구 마키스 저말 잭슨에게 “A씨에게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금액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억 달러, 징벌적 손해배상금 10억 달러를 합쳐 산정됐다.
이번 평결은 무엇보다 천문학적인 배상금 때문에 주목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텍사스주 형법상 당사자 동의 없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면 최대 1년의 징역형 또는 4,000달러(약 53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민사 재판의 경우 2018년 미 캘리포니아주에서 680만 달러(약 90억 원) 배상 판결이 나온 적이 있으나 이 사건 배상금 규모와는 차원이 다르다. 당초 A씨 측이 청구한 배상금도 1억 달러(약 1,333억 원) 수준이었다.
A씨를 대리한 브래드 길드 변호사는 NYT에 “12억 달러 전액이 지불될 것으로 기대하진 않지만, 다른 범죄자들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심원단 평결은 ‘누군가를 평생 감정적으로 망치려 한다면, 본인의 남은 생애도 재정적 파멸에 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다.
당초 A씨는 텍사스주 사법 당국에 피해 구제를 호소했으나, 경찰 등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길드 변호사는 “피해 복구를 강제할 수단이 많지 않아 법무법인들은 이 사건 같은 ‘개인 대 개인’ 소송을 거의 맡지 않는다”고 짚었다.
앞서 잭슨은 2021년 A씨와의 결별 후 음란물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라우드(가상 서버) 등에 A씨를 불법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유포했다. A씨 이름과 주소를 명시한 것은 물론, 가족과 친구, 동료 등에게 해당 이미지를 전송하는 등 악의적 행태도 보였다. 또 지난해 3월 A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앞으로 인터넷에서 당신의 사진을 지우느라 남은 인생을 허비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가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도 잭슨은 출석하지 않았고, NYT 등의 논평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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