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SM의 북미 통합법인 출범... 에스파 현지 활동
아이브, 르세라핌은 일본어 버전 앨범 발매하며 활동 병행
K팝 불모지였던 해외 시장을 처음 개척한 1, 2세대 아이돌인 보아와 원더걸스. 마침내 글로벌 스타가 된 3세대 아이돌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까지. K팝 아이돌은 세대를 거듭하며 해외 진출의 입지를 넓혀왔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4세대 여자 아이돌 그룹의 해외 진출은 보다 치밀하고 고도화된 전략 아래 추진되고 있다. 소속사가 나서서 외국과의 협업을 도모하는 한편, 현지어 앨범 발매는 필수가 됐다. 체계적인 사업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진출 성공 확률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북미 통합 법인 출범… 해외와의 사업 협력 활발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K팝 음악 중에는 행운이 따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가장 최근 빌보드 메인 차트 19주 연속 진입이라는 새 역사를 쓴 그룹 피프티피프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쇼트폼 플랫폼 내 해외 계정에서 히트곡 ‘큐피드’가 뜻밖의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BTS가 빌보드에 첫 입성한 앨범 ‘화양연화 pt.2’ 역시 K팝 업계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다.
하지만 4세대에 접어들면서 주요 기획사들은 행운에 기대는 대신 체계적인 전략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는 북미 통합 법인 출범 소식을 알렸다. 이전보다 K팝 해외 팬덤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에서 자체적인 사업 기반 공고화는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초 “SM의 글로벌 IP와 제작 역량을 기반으로 북미는 물론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SM 소속 그룹 에스파가 13일(현지시간) 미주 지역 첫 공연인 LA 콘서트에서 신곡 ‘베터 띵스’를 공개한 것은 상징적이다. 음원이 아니라 해외 콘서트에서 신곡을 공개한 것은 기획사들이 해외 시장 확대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현지어 앨범은 필수… 언어의 장벽 뛰어넘는다
국내에서 입지를 굳힌 뒤 외국 진출을 꾀했던 과거와 달리, 외국어 버전 앨범 병행 출시는 이제 필수가 됐다. 그룹 아이브는 지난 4월 첫 정규 앨범 ‘아이 해브 아이브’를 발매한 뒤 5월에 일본어 버전 앨범 ‘웨이브’를 발매,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발매한 싱글 1집 '일레븐’, 올해 초 발매한 디지털 싱글 '러브다이브'도 모두 일본어 버전이 나왔다.
그룹 르세라핌은 데뷔와 동시에 일본어 버전 앨범을 함께 내는 등 국내와 일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발매한 일본 싱글 1집 '피어리스'에 이어 오는 23일에는 일본 싱글 2집 '언포기븐'을 낸다. 르세라핌은 미국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지난 6월 발매한 곡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가 댄스 챌린지 흥행에 힘입어 미국 빌보드 차트에 등장하자, 지난해 5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영어 버전 곡을 발표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3세대 아이돌 대표주자인 트와이스는 지난 1월 새 영어 싱글 ‘문라이트 선라이즈'를 발매해 빌보드 메인 차트에 안착했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넘어 '제2의 성공'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4세대 '여돌'뿐만 아니라 K팝 업계 전반에서 해외 진출에 대한 투자는 더 적극적이고 체계화될 전망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미 K팝 아이돌 시장은 국내 활동을 2, 3주 내에 끝내고 해외 투어를 장기간 도는 형식을 취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해외로의 사업 확장이 경영 악화로 이어진 선례가 있었지만 K팝의 해외 영향력이 입증된 지금은 상황이 보다 낙관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당장의 성과를 넘어서 중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갈 수 있는 사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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