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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던 굿즈가 날개 돋친 듯...상승 기류 탄 항공사 '핀셋 마케팅'

입력
2023.09.13 18:00
수정
2023.09.14 10: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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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제주항공, '잔망루피' 캐릭터 1년 넘게 대박 행진
②대한항공·CJ올리브영, '뷰티 레스트 에디션'으로 여심 공략
③아시아나항공, 애견용 티셔츠·도시락 큰 호응
굿즈로 마일리지 활용도 유도

대한항공과 CJ올리브영이 협력해 출시한 굿즈.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CJ올리브영이 협력해 출시한 굿즈. 대한항공 제공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은 올 들어 기획상품(goods·굿즈) 개발과 판매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저렴한 항공권을 선호하는 2030 고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잔망루피' 캐릭터 상품 매출이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대박을 이어 가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7월까지 제주항공이 판매한 3만5,749개 굿즈 가운데 잔망루피 관련 상품이 2만4,160개. 무려 67.6%를 차지한 셈이다.

항공업계가 굿즈를 활용한 '핀셋 마케팅' 날개를 활짝 폈다. 고객과의 접점이 크게 줄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곳곳에서 궁여지책으로 시도했던 굿즈 마케팅이 매출 대박으로 이어지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디자인 좋고 실용성까지 갖춘 한정판 굿즈들은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할 정도"라며 "항공사들도 '잘 만들면 비싸도 팔린다'는 경험을 근거로 굿즈 제작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잘 만들면 비싸도 팔린다"

에어서울이 만든 반려동물 티셔츠. 에어서울 제공

에어서울이 만든 반려동물 티셔츠. 에어서울 제공


대한항공이 최근 출시한 수제맥주 '칼스라거'.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최근 출시한 수제맥주 '칼스라거'. 대한항공 제공


실제 항공사들은 올해 들어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2030 여성 고객을 겨냥, CJ올리브영과 특별 제작한 여행 파우치 '뷰티 레스트 에디션'을 내놨다. 기내에서 활용 가능한 수면 안대부터 일명 '곱창 밴드'로 불리는 헤어 스크런치, 소음방지용 귀마개, 뷰티 타월, 솜사탕 디저트 등이 담긴 데다 대한항공 500마일리지와 올리브영 프리미엄 뷰티 전문관 '럭스 에디트' 제품 1만 원 할인 바우처까지 혜택도 상당해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여행객을 겨냥한 제품도 다양하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부터 석 달 동안 '오즈(OZ) 펫 트래블' 프로모션을 실시해 반려견을 동반한 국제선 탑승객에게 △사료 △간식 △장난감 △접이식 그릇 등 반려견 여행용품을 무료 제공해 호응을 얻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서울도 승무원 유니폼과 같은 디자인의 반려동물 티셔츠를 내놓았다. 제주항공은 아예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반려견 전용 '애견 여행 도시락'까지 내놨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수제맥주 '아시아나 호피 라거'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자 대한항공도 지난달 '칼스라거(KAL's Lager)'를 내놓으며 애주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한항공은 이 맥주를 인천과 김포공항 내 대한항공 라운지에 제공하고 9월부터는 기내 서비스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골프를 즐기러 가는 여행객을 위한 골프공(제주항공)이나 항공기 마니아를 위한 항공기 블록(에어서울 등)도 눈에 띈다.



굿즈로 ESG 철학 선보이기도

제주항공이 출시한 굿즈들. 제주항공 제공

제주항공이 출시한 굿즈들. 제주항공 제공


올해 판매된 항공사 이색 굿즈

올해 판매된 항공사 이색 굿즈



활용 가치가 떨어진 승무원 유니폼이나 기내 구명복, 은퇴한 비행기체 등을 활용한 굿즈를 내놓으면서 ESG(사회·환경·지배구조) 실천 의지까지 알릴 수 있다는 점 또한 항공사들이 굿즈 제작에 힘을 쏟는 이유다. 대한항공은 은퇴 항공기의 일부 소재를 활용한 네임택(이름표)과 골프용 볼마커를 만들어 팔고, 아시아나항공도 유니폼을 활용한 파우치를 내놨다. 제주항공도 유니폼·구명조끼 등 항공 폐기물 자원을 재활용해 여권 지갑, 여행용 가방 등을 제작해 판매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마일리지몰에서 1만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기내용 '빵 캐리어'를 출시해 고객에게 새 상품을 전하면서 마일리지 활용을 유도하는 전략도 폈다. 고객에게는 소멸되는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항공사에는 회계상 부채로 집계되는 누적 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실제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에서는 원터치 피크닉 텐트(1만2,000마일리지), 캠핑의자(8,000마일리지), 비치타월(5,000마일리지) 등 실용성 높은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굿즈들을 홈페이지 내 '마일리지사용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활용하는 에이프런(앞치마)을 4,000마일리지에 판매하고, 자사 로고가 새겨진 네일케어 세트(3,300마일리지)와 여행용 보스턴백(3,300마일), 기내담요(2,200마일리지) 등도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마일리지를 사용해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굿즈는 고객들에게 항공사 브랜드 선호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제 유가나 환율등 외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여객 매출과는 달리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실용성과 희소성을 갖춘 제품 개발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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