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뉴욕 이틀 체류 후 파라과이로
귀국길도 샌프란시스코 경유... 중 "꼼수"
'실탄 동원' 고강도 무력시위 가능성 제기
"반중 여론 감안해 이번엔 자제" 관측도
대만의 차기 대권주자인 라이칭더 부총통의 미국 방문이 예상대로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중국은 '배신자' '문제아'라는 거친 언사를 써 가며 라이 부총통을 비난했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군이 또다시 실탄 사격을 동반한 고강도 봉쇄 훈련에 나서는 등 군사적 위협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반면 대만 내 반(反)중국 정서를 감안, 이번에는 극단적인 무력시위를 자제할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도 나온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4일 사설을 통해 라이 부총통이 '미국 경유'라는 꼼수를 부렸다며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를 향한 라이칭더의 비열함과 초라함을 드러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중국인들에게 그는 뿌리를 잊은 배신자이자 문제아"라며 "(라이칭더가) 대만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칭더 "전체주의 두려워해선 안 돼"... 결집 호소
라이 부총통의 방미는 산티아고 페냐 신임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15일) 참석 일정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11일 대만을 떠난 그는 파라과이로 향하기 전 미국 뉴욕에 12일(미국시간) 도착했고, 이틀째인 13일 주미 대만인과의 연회에 참석해 "전체주의가 위협의 힘을 키운다고 해서 절대 두려워하고 되돌아가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단결해야 국제사회의 신뢰와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중국의 압박에 맞서기 위해 대만 안팎의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도 조성되고 있다. 타이완뉴스 등 현지 매체들은 이날 대만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13일 오전 6시부터 14일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 공역·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6대와 군함 6척이 대만군에 각각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사전 공개된 라이 부총통 방미 일정에 맞춘 듯 12~14일 동중국해 군사 훈련을 이미 예고한 상태였다. 다만 중국 군함·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이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비는 귀국길이다. 라이 부총통은 15일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16,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대만으로 돌아간다. 세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또는 미 의회 내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케빈 매카시(공화)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귀국길이 고비... 중국 무력시위 자제할 수도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중국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를 '대만 독립 세력 규합을 목표로 한 방미'라고 규정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올해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 때 중국군이 실시했던 '실탄 사격 동원 대만 봉쇄 작전'을 반복할 정치적 명분도 커진다. '무력시위'의 수준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중국 나름대로 반발 수위를 조절할 여지도 있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때문이다. 집권 민주진보당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 부총통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친(親)중국 성향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를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중국군의 대규모 군사 행동이 대만 내 반중 여론을 자극해 라이 부총통 입지만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면 오히려 중국에 손해다. 중국과의 고위급 군사 채널 재개를 희망하는 미국도 긴장 관리 차원에서 라이 부총통의 '조용한 방미'를 유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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