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비구이위안, 순손실만 10조 원
장기 침체 부동산 시장, 연쇄 도산 가능성
중국 디플레이션 현실화할라 당국 ‘촉각’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회사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파산 위기를 맞았다. 중국 경제 성장 엔진이었던 부동산 산업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터진 ‘부동산발 대형 악재’는 부동산 투자 심리를 더 위축시켜 경제 전체를 흔드는 뇌관이 될 전망이다. 비구이위안 리스크가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재촉할 가능성도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전날 홍콩증시 공시를 통해 올해 상반기 450억~550억 위안(약 8조2,200억~10조4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9억1,000만 위안(약 3,500억 원) 순이익을 냈지만 1년 만에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비구이위안의 순손실 규모는 지난 6일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약 1조3,160억 원) 채권 2종에 대한 이자(2,250만 달러·약 296억 원)를 상환하지 못한 가운데 밝혀졌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기업 주가는 지난달 대비 40% 이상 폭락했다.
비구이위안은 30일의 유예 기간 안에 이자를 갚지 못하면 공식적으로 디폴트가 선언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회사가 이자를 내고 급한 불을 끄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짚었다. 올해 말까지 매월 채권 지급 만기가 돌아오는 데다 2024년까지 투자자들에게 채권 44억 달러(약 5조8,181억 원)를 갚아야 하는 탓이다. 또 비구이위안이 이자를 내지 못한 채권 2종은 현재 8센트(약 1,059원) 미만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75센트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회사의 디폴트를 예상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기존 B1에서 ‘투자 부적격’을 의미하는 Caa1으로 7단계나 끌어내렸다.
정부 정책 ‘수혜자’의 위기… 여파 클 듯
비구이위안은 2021년 당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였던 헝다(에버그란데)가 불붙인 중국 부동산 유동성 위기에서도 살아남았다. 헝다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투기 단속’에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지만 비구이위안은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신규 주택 판매액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비구이위안은 헝다보다 4배 규모가 큰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부양책은 속수무책이었다. 비구이위안은 거래절벽 수준으로 침체한 중국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비구이위안을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 디폴트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제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몰락은 디플레이션 초입에 다가선 중국의 경제 상황에 초대형 악재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0.3%)에 진입했고, 수출은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세(-14.5%)를 보이며 내수와 수출이 모두 저조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부진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실제로 비구이위안의 실적 발표 직후 중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컨설팅업체 TS롬바드의 아시아 부동산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는 “헝다 사태보다 여파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구이위안 측은 “사람은 넘어진 곳에서 다시 일어난다”라면서 회장 왕후이옌이 이끄는 특별 기획단(TF)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양 회장이 최근 자회사인 비구이위안 서비스 주식 보유분으로 받은 배당 2,800만 달러로 이자를 내 급한 불을 끌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비구이위안의 디폴트를 막으려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부동산 기업 및 금융기관을 온라인으로 소집해 부동산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비구이위안의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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