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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인식, 장애인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개선합니다"

입력
2023.08.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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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한 토크 #25]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비즈니스로 풀어낸 청년 소상공인

편집자주

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차별이 존재한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지 15년이 넘었지만 현행법의 한계 및 실효성 부족 등 각계에서 많은 문제를 지적한다.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청년 소상공인이 있다. 대구에 기반을 둔 사회적 기업, 러플의 이희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러플 이희은 대표. 러플 제공

러플 이희은 대표. 러플 제공

-러플은 어떤 회사인가요?

"장애아동 예술가를 발굴하는 사생대회를 개최하고 수상한 장애아동의 작품을 제품화해서 제품판매 수익금을 바탕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공헌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입니다."

-예비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요?

"사회적 기업으로 가기 전에 예비 인증을 받은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 기업만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어요. 지원사업같은 것들도 많고요."

-장애아동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전 국사학을 전공했어요. 자연스레 우리 근현대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 관심을 녹여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신 분들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현재를 만든 과거의 헌신을 기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지금 현재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 자유를 제한받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게 됐습니다. 장애를 가진 몇 분과 인터뷰를 하게 됐고, 특히 장애 아동이라는 키워드에 매진하는 게 사회적 가치가 높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펀딩 프로젝트를 과거에서 지금으로 옮겨온 거죠. 장애아동의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사생대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장애아동 관련 사업 외 러플이 진행하는 다른 프로젝트도 소개해주세요.

"(러플의 사업이) 장애아동에만 집중되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생대회를 통해 장애아동의 그림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그 수익을 기반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 활동을 진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분들을 위해 점자 메뉴판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하고, SNS를 통해 점자블록을 찍어달라는 캠페인을 한 적도 있어요. 많이 깨져있거나 잘못된 블럭이 설치되어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컨대 횡단보도 앞 멈춰야 할 지점에 계속 걸어가라는 의미의 선형 블록이 설치되어있는 식이죠. 점자 블록에 대해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환기하려고 펼친 캠페인이에요. 100여 명 정도 참여했는데, 이렇게 관리가 안되고 있구나라는 것을 많이 깨닫더군요. 사소한 것이지만 인식 변화를 위해 이렇게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업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2022년, 러플과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이 주관한 장애청소년 사생대회가 기억에 남아요. 자신의 작품이 점점 발전해서 제품이 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수상 작가들의 표정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수상 작가들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줄지 몰랐다'며 크게 감동하더라고요. 그런 표정과 기쁨 하나 하나가 제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애아동 사생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러플. 러플 제공

장애아동 사생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러플. 러플 제공

-그 동안 진행한 펀딩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 다섯번의 펀딩을 진행했는데 1, 2차는 앞서 말씀드렸던 과거에 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3차부터 장애인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어요. 5차 펀딩이 장애아동 예술가 발굴이라는 프로젝트로 사생대회 수상작을 제품화해서 판매했었습니다. 모든 펀딩이 목표금액을 초과 달성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펀딩 제품에 대한 대중의 구체적인 반응이 궁금합니다.

"무신사나 지그재그 같은 대형 편집샵에도 우리 제품이 입점돼있습니다. 품질은 물론 의미가 더해지니 다양한 반응이 있어요. 이런 제품을 선보여줘서 고맙다는 분도 계시고 의미를 떠나서 예뻐서 샀다는 분들도 있어요. 특히 품질에 대한 반응이 많아요. 나염부터 염색 공정, 룩북 촬영 등 모든 제작을 대구에서 하고 있는데, 지역 기반으로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죠."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도 좀 더 설명해주세요.

"물론 리빙제품들도 판매 중이지만, 패션 브랜드인 러플의 특성상 티셔츠를 메인으로 삼고 있어요. 디자인은 공모전, 사생대회 등을 통해 선정하기도 하고, 자사 내부 디자인이나 장애아동 디자인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점자 블록을 그래픽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티셔츠나 안내견 티셔츠, 장애아동의 손글씨가 들어간 티셔츠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조직 분위기가 정말 좋을 것 같아요.

"3명이서 모든 일을 해야한다는 점은 조금 힘듭니다. 그럴수록 팀원들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업무를 드리기 위해 대표자로서 조직문화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OKR이라는 방식을 도입해서 분기별 목표를 잡고 방향성에 대해 회의를 하고요, 그 다음엔 월별, 주별, 일별로 세부적인 일정을 잡아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정해진 일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의논하고 진행하는 방식이라 팀원들과 함께 동기부여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많을 텐데요.

"사회적 기업으로서 어렵다기보다는 소상공인이다보니 인원이 부족한 것이 가장 힘들어요. 자금조달도 어렵고요. 중소벤처기업부나 중소기업유통센터 등 여러 정부기관의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을 고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점자블록 제품. 러플 제공

점자블록 제품. 러플 제공

-러플을 떠나, 대표님 개인의 꿈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구성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지금 이미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어서 제 개인의 꿈이 곧 회사를 발전시키는 것이 되어버렸네요."(웃음)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궁극적으로 어떤 사회를 지향하나요?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 조직은 무조건 자기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거나 9 to 6를 꼭 지켜야 한다는 등의 암묵적인 규칙이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경직된 태도가 업무효율에 도움을 줄지, 조직원이 행복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가 돈만 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 다니기 싫잖아요. 자아 실현을 할 수 있는 회사,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 회사 이름인 러플은 'Let us project liberty'의 약자인데요. 장애아동, 나아가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이 비장애인들이 누리고 있는 당연한 자유와 권리를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장은진 창업 컨설턴트 ari.maroon.c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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