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등기, 무자본 갭투자 수법
수도권 일대에서 오피스텔과 빌라 임차인들로부터 80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일가족과 중개보조원, 공인중개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5부(부장 박성민)는 사기 등 혐의로 건물주 A(62)씨와 중개보조원 B(5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또 A씨에게 부동산 명의를 빌려준 혐의(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 자녀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인천 미추홀구ㆍ서구, 경기 부천시 등 수도권 오피스텔과 빌라 98채의 임차인 98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86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일가족은 신탁회사에 부동산 소유권을 위임 후 대출을 받거나(신탁 등기)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사들이는(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주택 100여 채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탁 등기된 부동산은 소유자인 신탁회사 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경우 임차인이 거주권과 보증금 반환 청구권 등을 보장 받기 어렵다.
A씨는 아들ㆍ사위 등 공범들을 통해 임차인을 모집한 뒤 공인중개사 2명 등과 공모해 “아무런 문제가 없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진다”고 피해 임차인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신탁 등기 등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회초년생이나 외국인, 저소득층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A씨 등은 전세보증금과 대출금 합계가 실거래가보다 높은 ‘깡통주택’을 매입한 뒤 마치 적정 시세의 안전한 주택인 것처럼 세입자들을 속였다”며 “깡통주택을 사들일 때는 이른바 ‘업 계약서’를 작성해 시가를 부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깡통주택을 이용해 임차인 19명의 전세보증금 19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부동산 브로커 C(31)씨와 임대인(29)도 구속 기소했다. C씨 등은 2020년 8월~2021년 5월 인천 남동구 등지 깡통주택의 시가를 부풀려 임차인들로부터 주택 매입가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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