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누가 혜택 받나
② 어떤 효과가 있나
③ 조세 형평성은
“증여 못 받아서 결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청년에게 상실감, 소외감을 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결혼하는 자녀에게 각각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주는 양가가 ‘초부자’인가. 부부마저 갈라치기 하나.”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담긴 ‘혼인자금 증여 공제 확대’를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공제 한도를 높이는 게 합리적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그러나 정작 해당 정책의 핵심인 수혜 대상 규모나 혼인율 증대 효과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분석이 없다 보니 ‘1억5,000만 원’이란 숫자에 매몰된 소모성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①13.2%? 78.2%?
부자 감세란 비판과 혼인율 확대 기대를 말하기 전에 선행돼야 할 건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로 혜택을 보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다. 일각에선 2022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근거로 78.2%를 수혜 대상으로 본다. 25~40세 미혼 자녀를 둔 가구 중 혼인자금 증여세 공제 최대한도인 1억5,000만 원 이상의 순자산(부동산 포함)을 가진 가구가 그 정도 비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통계에서 자녀가 결혼할 시기의 50대와 60세 이상의 총 자산 비율을 보면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예컨대 60세 이상의 총 자산 평균 5억4,372만 원 중 4억5,153만 원이 부동산이었다. 저축액 등 금융자산 평균은 9,219만 원이었다.
결국 자식이 결혼한다고 살던 집을 팔아 증여할 부모가 얼마나 될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평균 결혼비용 5,000만 원과 현행 증여세 공제한도 5,000만 원을 더해 1억원을 증여할 수 있어야 하고, 50·60대 가구주의 평균 자녀 수가 2명인 점을 고려해 2억 원 이상의 저축성 금융자산을 가진 이들로 대상을 좁혀야 한다”며 “이는 전체 가구의 13.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혼란은 혼인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면서도 정작 누가, 얼마나 혜택을 볼지조차 추산하지 않은 기획재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산층 이상이 혜택을 볼 것”이라면서도 “범위를 명확히 측정하기 어려워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금을 내지 않고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이 늘면 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어 혼인을 더 많이 하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가 이번 정책의 탄생 배경이란 얘기다.
②출산율 제고에 경제 활력도 기대?
정부는 혼인자금 증여 공제 혜택이 확대되면 심각한 저출산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이전’으로 인한 경제 활력 제고도 기대하는 부분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여세 공제를 확대하면 고령층에 집중된 자산을 자녀 세대로 빠르게 이전할 수 있고, 이는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제 전반이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정작 증여세와 출산율 관련 연구는 전무했다. 더구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상속 증여세제가 부의 축적과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증여세를 완화해도 소비 진작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효과도 장담하기 어려운데, 결혼과 출산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③왜 혼인, 출산 전제로 논의하나
결혼, 출산을 조건으로 증여세 감면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조세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는 청년과 입양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 출산하지 않으려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증여세 공제 확대로 풀겠다는 편협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야당은 증여세 공제 확대 조건으로 출산을 내거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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