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귀' 민속학 교수 염해상 역 소화 위해
무속인 만나고 '경건한 마음' 가지려 애써
"고리타분해 보이는 해상만의 매력 찾아갔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위로하려면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그게 어려우면 경건한 마음이라도 가지세요." SBS 드라마 '악귀' 속 귀신이 보이는 민속학자 염해상(오정세)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흔한 친구 하나 없지만, 앞선 대사에서 볼 수 있듯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아는 인물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염해상은 '일상에서 만나면 너무 고리타분한 사람이 아닐까' 고민스러웠어요. 하지만 인연이 없는 누군가까지 생각하고 기리는 마음을 지니는 일은 가치 있잖아요. 해상을 만나면서 저도 해상과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애썼어요." 4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오정세(46)가 한 말이다.
오정세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면, 대체로 극 중에 재미를 불어넣는 역할이 많았다. 반면 염해상은 시종일관 진지하다. 대사 역시 설명투인 데다 문어체다. 오정세는 "초반엔 '내가 너무 설명만 하고 있나' 하는 버거움에 일상어로 대사를 바꿔 보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은희 작가의 서사를 따라가자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해상의 말투 역시 이해가 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결국 작가님이 써 주신 대로 대사를 소화하면서 '아, 이게 해상의 것이었구나' 싶어져 '또 김은희 작가에게 졌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해상이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산이었다"던 오정세는 무속인들을 직접 만나고 해상의 '경건한 마음'을 되새기며 서사를 쌓아 갔다. 해상의 옷을 완벽히 입은 뒤엔 디테일에도 신경 썼다. 이를테면 해상이 지하 단칸방에서 아이를 구한 뒤 얼음찜질을 하는 사소한 설정 역시 오정세의 아이디어였다. "해상은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지만 '히어로'가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를 구하고 멋있게 끝나는 게 아니라 타격도 받는 사람이란 걸 전하고 싶었어요."
맡은 역할을 깊게 파고드는 건 오정세의 오랜 습관인 듯 느껴졌다. 그가 들려준 단역 오디션 일화 때문이다. 오정세는 "단역이라 정보가 전혀 없어 무엇이라도 얻을까 싶어 실존 인물인 주인공의 고향에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면서 "내 안에 (인물에 대한) 리포트를 쌓았는데 당시엔 쓸데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런 발걸음이 지금에선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상은 오정세의 삶에도 많은 것을 남겼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선한 마음과 같은 것들이다. "해상이를 만난 뒤, 안타까운 사건·사고를 접하면 되도록 직접 가서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물론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는 이야기이지만 '악귀' 안에서의 가치를 제 안에서는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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