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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릴까" 고객 갑질에 우는 라이더… 고용부, 가이드라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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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릴까" 고객 갑질에 우는 라이더… 고용부, 가이드라인 만든다

입력
2023.08.04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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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감정노동자 보호법 있지만
라이더 상당수 '전속성' 탓 미적용
"모든 라이더에 적용되게 법 개정"

6월 27일 오전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아 일하는 배달 라이더는 특수고용노동자의 특성상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보호범위 밖에 놓인 경우가 많다. 뉴시스

6월 27일 오전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받아 일하는 배달 라이더는 특수고용노동자의 특성상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보호범위 밖에 놓인 경우가 많다. 뉴시스

여성 배달 라이더 A(34)씨는 지난해 냉면 배달을 갔다가, 주문한 고객이 벨을 눌러도 답이 없고 전화를 계속 걸어도 안 받는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배달의민족 플랫폼에 물어보니 '1시간 뒤에도 연락이 없으면 자체 폐기하라'고 해서 그대로 따랐다. 그런데 한참 뒤 술에 취해 전화한 고객은 "네가 뭔데 내 음식을 버려 XX아. 음식 당장 갖고 와"라며 폭언을 해댔다. A씨는 "엄청 스트레스였지만 당장 일도 바쁘고, 플랫폼에 말해도 개선되는 게 없길래 그때도 그냥 넘어갔다"고 토로했다.

배달 라이더가 고객에게 갑질·폭언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프리랜서도 노동자도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애매한 신분 탓에 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정부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데, 법 개정을 통한 확실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고용노동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주요 배달 플랫폼들과의 협의를 통해 '배달 라이더 직업 건강 가이드라인' 가안을 만들었고, 고용부가 이를 검토 중이다. A씨처럼 고객에 의한 갑질·폭언을 겪은 경우 플랫폼 회사와 라이더가 참고할 대응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배달 라이더는 플랫폼, 식당 점주, 고객 등 여러 갑(甲)을 두고 일한다. 대인 서비스인 만큼 고객과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고객 평가'가 곧 일감과 직결된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일방적인 피해를 입어도 직접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복잡한 오피스텔 구조 탓에 입구를 헤매다 전화를 건 라이더 B씨에게 고객은 5분가량 욕설과 고성이 섞인 폭언을 이어갔다. B씨는 고객이 전화를 끊은 뒤, 배달의민족 측에 대응 조치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광영 PD

복잡한 오피스텔 구조 탓에 입구를 헤매다 전화를 건 라이더 B씨에게 고객은 5분가량 욕설과 고성이 섞인 폭언을 이어갔다. B씨는 고객이 전화를 끊은 뒤, 배달의민족 측에 대응 조치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광영 PD

5분가량 폭언과 욕설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B(27)씨 상황도 그랬다. 올해 3월 경기도 오피스텔에 배달을 간 그는 복잡한 출입 구조 탓에 10분간 길을 헤매다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째 시도에 연결돼 길을 묻자, 곧바로 "젊어 처먹어가지고 XX 할아버지도 찾아오는데 왜 못 찾아와" "죽여버릴까 진짜" 등 욕설과 고성을 동반한 폭언이 돌아왔다.

통화 종료 후 B씨는 배민에 조치를 요청했지만 "도와드리기 어렵다" "입구를 잘 찾아보시라"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사과는 못 받아도 플랫폼에서 '폭언하신 게 맞냐. 폭언할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되실 수 있다'는 정도의 대응은 해주길 바랐는데 절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국물이 흘렀다'는 등 고의로 음식을 훼손한 뒤 항의해 공짜로 음식을 먹는 '블랙 고객'도 있다. 광주 북구에서 일하는 C씨는 지난달, 배달 완료 1시간 뒤 뒤늦게 요기요로부터 '음식이 섞였다'는 고객 항의가 있어 음식값을 변상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상하게 여긴 C씨가 라이더 커뮤니티에 해당 고객에 의한 피해 사례가 여러 번 올라온 점을 입증하고서야 책임을 면했다. C씨는 "플랫폼 정책상 해당 주소 주문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면서 "그 집 배달을 갈 때마다 라이더들이 동영상·사진 촬영을 하며 알아서 대응 중"이라고 했다.

대응책이 필요하지만 직고용은 드물고 대다수가 특고 신분인 배달 라이더의 특성상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41조) 적용이 어렵다. 한 업체에서 일정 소득과 노동시간을 채워야 하는 '전속성 요건'(월 93시간·115만 원 이상)에 걸리기 때문. 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심각한 폭언을 들으면 일을 일시중단하게 조치하거나, 고객응대 매뉴얼 마련, 고객에 폭언 자제 요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전속성 요건을 못 채우는 라이더는 보호망 바깥에 놓이고 있다.

김현근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뿐 아니라 특고도 포괄해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안법 취지상 법 적용 범위도 확대 추세"라며 "산재보험법에서도 전속성 요건이 올해 7월부터 폐지된 마당에 산안법은 고수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최소한 모든 배달 노동자에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적용돼야 하고, 매뉴얼을 마련해 플랫폼도 적극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배달 플랫폼들은 고객의 갑질·폭언 시 라이더의 대응 지침을 마련해 앱에 고지하고 있으며, 정부 가이드라인도 마련될 경우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은 "라이더가 고객에게서 폭언, 폭행, 성희롱을 당할 경우 대처를 도울 매뉴얼을 작성해 라이더 모두 상시 볼 수 있게 배민커넥트에 게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이츠는 고객, 라이더, 입점 업체 모두 위법 행위 시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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