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조용히 입소문 타며 월화극 1위
지상파 제친 흥행 비결은?
2030여성들에게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지니TV '남남'이다. 공개 후 '남남'은 매회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꾸준한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남남'이 특정 세대를 공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엄마와 딸, 새로운 가족의 표상을 그려내 공감을 자아낸 것이다. 전혜진으로 대표되는 '요즘 엄마'는 기존 미디어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엄마의 특성인 헌신, 자애와 꽤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엄마의 아이콘이 부상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된 드라마 '남남'은 대책 없는 엄마 김은미(전혜진)와 쿨한 딸 김진희(최수영)의 동거 이야기를 다뤘다. 스물아홉 살 딸을 둔 미혼모 은미와 철없는 엄마 단속이 시급한 진희의 이야기를 통해 '남'을 향한 인정과 공감을 외치고 '남'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영롱 작가가 그린 동명의 카카오웹툰이 원작으로, 출간일 기준 2,500만 이상의 누적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남남'의 1회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 1.2%로 시작했다. 일단 지니TV 채널이라는 점과 가족 일상극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진입장벽에 부딪히면서 첫 방송은 소소하게 흘러갔다. 이 가운데 돌연 2%, 3%까지 상승하면서 월화극 1위까지 거머쥐었다. 6회는 순간 최고 시청률 4.8%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남남'이 1회에서 6회까지 3배 이상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최근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떠올린다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의 이야기들은 오히려 외면받고 있다. 과거에는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들이 순간적인 재미를 안기면서 인기몰이를 했다면 이제는 피로감만 안길 뿐 그 이상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남'이 갖고 있는 장점이 바로 여기서 발현된다. 세계관을 이해하거나 인물들의 전사를 깊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편하게 공감하고 또 서사와 함께 흘러가면 된다.
특히 전혜진이 시청률 상승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 '비밀의 숲2', 영화 '헌트' '불한당' 등 목표를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여성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전혜진은 이번 작품에서 이전과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전작 '엉클'에서 알코올중독 엄마 역할을 맡았긴 했지만 캐릭터의 결은 완전히 반대 선상에 있다. '엉클'의 엄마가 각박한 현실 속 기저에 깔린 우울감을 은근하게 드러냈다면 '남남'의 엄마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남 부럽지 않은 직업을 갖고 김진희의 엄마가 아닌 인간 김은미의 하루를 산다. 남편이 없지만 신파로 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롭게 날개를 편다. 가끔은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날이 김은미를 괴롭히지만 그에게 엄마의 굴레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혜진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이 캐릭터를 200% 표현해내면서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만난 모양새다.
극중 친부의 등장으로 이 모녀가 느닷없이 가족애를 깨닫게 되는 장면은 없다. 한국 드라마들이 혈연과 출생의 비밀을 무기로 휘두르는 것과 별개로 '남남'은 '남남' 만의 길을 간다. 앞으로 이 모녀가 어떤 방식으로 행복을 만들어갈지 궁금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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