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인지수사…2번째 구속영장 대상
장문 기각 사유…"구속 필요성·상당성 부족"
수억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현직 경무관이 2일 구속을 피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올해 2월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본격화한지 반 년만에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법원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향후 수사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먼저 "김 경무관이 (공여자로 지목된) 김모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김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김 경무관으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위 간부인 김 경무관이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한 △김 경무관이 타인 명의로 이뤄진 거래 관련 뇌물수수 사실을 다투고 있는 점 △김 경무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이는 점 등을 지적하며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주거·직업·가족관계 등에 비춰볼 때 도망할 염려도 낮다고 보고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사 무마 등을 대가로 법인카드 약 8,000~9,000만원과 현금 3억여 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경무관이 공여자 측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경무관은 "가족 사업을 위해 빌린 돈일 뿐"이라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의 '1호 인지 수사'로, 구속영장 청구도 김 경무관이 출범 이래 2번째 대상이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지난해 6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에게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기로 약속, 실제 1억 2,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살피다 김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도 인지했다. 이 회장 관련 뇌물 사건은 추가 수사 필요성으로 이번 영장 혐의엔 포함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앞서 공여자로 지목된 이 회장 조사 진행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수사 지연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수사로 활로를 찾으려던 계획도 이번 영장 기각으로 불발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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