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여름휴가 때 대형 사건·사고
정치권서 '휴가 징크스'라는 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2일부터 8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낸다. 하지만 이 기간 행사 참석과 업무 보고 등이 예정돼 있다. 외국 정상들에 비해 국내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 징크스'가 있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휴가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윤 대통령의 이번 여름휴가도 향후 정국 구상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해 여름휴가를 반납한 경우가 많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7월 여름휴가 때 경기 지역 집중 호우로 휴가 하루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취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엔 세 아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면서 휴가를 보내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5년 중 세 차례나 '관저 휴가'를 보내야 했다. 2004년에는 탄핵 정국이었고, 2006년 북한의 무력 도발, 2007년 한국인 23명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으로 각각 여름휴가를 가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여파로 여름휴가 기간 청와대를 지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7월 휴가를 떠나기 하루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로 휴가를 반납했다. 이후 2019년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등 수출 규제를 내려서, 2020년에는 50일 이상 내린 폭우 피해로, 2021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휴가를 잠정 보류했다.
휴가를 가더라도 휴식보다는 정국 구상으로 바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여름휴가 직후 금융실명제와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옥죈 ‘역사바로세우기’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0년 여름휴가 직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운찬 전 총리 후임으로 당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지명하는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도 취임 후 첫 휴가였던 지난해 8월 1~5일 사저에서 정국 구상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후에는 대통령실 참모진을 일부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휴가가 끝난 후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건의한 '오송 참사' 관련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인사조치 및 2, 3개 정부 부처 장관 교체 등의 소폭 개각설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첫 여름휴가를 앞두고 참모진에게 "국민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내가 한가하게 휴가를 가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심적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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