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국민·EU시민 항공편 대피 계획
이탈리아·스페인도 채비… 친러파가 장악
서아프리카 니제르를 서방 유럽인들이 대거 빠져나간다. 군부 쿠데타 이후 친러시아 세력이 나라를 장악해 못살게 구는 데다 대립하는 진영에 속한 주변국의 개입 시도로 전운마저 감돌면서다.
프랑스 정부는 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니제르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영공 폐쇄 조치 등을 감안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항공편으로 이뤄지는 대피는 이날 시작되고, 프랑스 국민뿐 아니라 유럽연합(EU) 회원국 국적자도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니제르에 남아 있는 프랑스인은 600명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비행기를 준비하고 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니아메 거주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특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국방부 역시 이날 니제르에 자국민을 항공편으로 대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현지 대사관 직원들이 자국민과 접촉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니제르에 사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민은 각각 500명, 7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외무부는 프랑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100명 미만인 니아메 거주 자국민에게 프랑스 항공편으로 대피하도록 조언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은 미국과 함께 세계 7대 우라늄 생산국인 니제르에 군사 훈련과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 등을 이유로 군대를 파병하고 있다.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것은 6일 전이다.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이 이끄는 군부 세력이 지난달 26일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한 뒤 구금했다. 나흘 뒤인 지난달 30일에는 군부 세력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니아메에서 가두 행진을 하던 중 프랑스 대사관을 공격했다.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친러시아 성향을 드러낸 시위대는 과거 식민지배를 했던 프랑스를 비난하며 프랑스 대사관 출입문에 불을 붙이고 돌을 던졌다.
쿠데타는 주변 아프리카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서아프리카 국가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니제르의 헌정 질서가 회복되지 않으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며 압박하자, 니제르에 앞서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나서 군사적으로 니제르에 개입한다면 전쟁 선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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