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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생 60년 손숙 "연극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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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생 60년 손숙 "연극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입력
2023.08.02 14:56
수정
2023.08.02 15: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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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토카타' 19일부터 9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배우 손숙의 데뷔 60년 기념 연극 '토카타'는 즉흥풍의 건반 음악을 말하는 음악 형식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1일 연습 시연을 통해 미리 본 손숙의 토카타에는 '우아하게' 또는 '평온하게'라는 악상 기호가 적혀 있는 듯 보였다. 신시컴퍼니 제공

배우 손숙의 데뷔 60년 기념 연극 '토카타'는 즉흥풍의 건반 음악을 말하는 음악 형식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1일 연습 시연을 통해 미리 본 손숙의 토카타에는 '우아하게' 또는 '평온하게'라는 악상 기호가 적혀 있는 듯 보였다. 신시컴퍼니 제공

"그리웠어요. 당신이, 당신 품이, 당신 손길이, 나지막한 당신 숨소리가. 당신은 짐작도 못 할 거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무대에서 60년 세월을 보낸 배우 손숙(79)이 그리움을 읊조릴 때 목소리엔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났다. 유일하게 곁을 지키던 늙은 개를 떠나보내고 쓸쓸히 홀로 남은 노인을 연기하면서 "이건 그냥 내 얘기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손숙은 지난 1일 연극 인생 60년 기념 연극 '토카타'를 시연하는 자리에서 "오랜만에 몸이 힘든 연극인데 1963년 처음 무대에 섰을 때처럼 설레는 느낌을 받는다"며 "예술에 정상과 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이름을 내건 연극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2년 난생 처음 유진 오닐 극작, 이해랑(1916~1989) 연출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보고 연극에 빠진 손숙은 고려대 신입생이던 1963년 5월 고대극회의 '삼각모자'로 무대에 데뷔했다. 19일부터 9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선보이는 '토카타'는 그런 그의 무대 인생 60년을 맞아 극작가 배삼식, 연출가 손진책 등이 의기투합한 창작 신작이다. 즉흥풍의 건반 음악 형식인 토카타는 '접촉하다'·'손대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에서 유래한 말이다. 연극은 홀로 노년을 보내는 여인(손숙)과 바이러스에 감염돼 혼수상태에 빠진 중년 남자(김수현), 춤추는 사람(정영두)이 등장해 각자의 독백과 춤을 이어가며 사람 사이의 접촉을 말한다. 일관된 서사가 없는 독특한 형식이다. 손숙은 "60주년 기념 공연이라고 해서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했는데 대본을 보고 놀랐다"면서도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잔치 같은 공연을 다시 하기보다 연극을 꿈꿨던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연극으로 관객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토카타'를 준비 중인 배우 손숙. 신시컴퍼니 제공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토카타'를 준비 중인 배우 손숙.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의 영감이 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관계의 단절과 갑작스러운 죽음이 남긴 충격과 슬픔, 고독이다. 배삼식 작가는 "인간의 접촉이 불순하고 위험한 것이었던 2년을 겪으며 인간의 촉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며 "외부와 단절된 사람들이 자기 내면으로 더 눈을 돌리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을 따라가는 여정을 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손진책 연출가는 "존재론적 고독을 다루지만 역설적으로 생의 찬가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나길 기대한다"며 "익숙한 손숙이라는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그 너머의 인생을 느낄 수 있는 연기 60년, 손숙 인생 80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연극은 지난 3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손숙의 고관절 부상으로 미뤄졌다. 손숙은 "연극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3개월 정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는데 빨리 일어나 이 작품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희망이었어요. 좋은 작품, 좋은 관객과 만나면서도 늘 목마른 느낌이 있었는데 품위 있는 작품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1일 열린 연극 '토카타' 기자간담회에서 출연·제작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배삼식 극작가, 손진책 연출가, 배우 손숙, 김수현, 무용가 정영두,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 신시컴퍼니 제공

1일 열린 연극 '토카타' 기자간담회에서 출연·제작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배삼식 극작가, 손진책 연출가, 배우 손숙, 김수현, 무용가 정영두,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 신시컴퍼니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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