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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비' SNS에 일본인들 집단 분노…"원폭 피해가 장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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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비' SNS에 일본인들 집단 분노…"원폭 피해가 장난이냐"

입력
2023.08.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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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비 공식 홍보 계정이
버섯구름 합성사진에 긍정적 댓글
피폭국 일본인 분노 불러
"원폭은 결코 농담 소재 아냐"

미국에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성해 만든 이미지. X(옛 트위터) 캡처

미국에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성해 만든 이미지. X(옛 트위터) 캡처


할리우드 영화 ‘바비’가 11일 일본 개봉을 앞두고 원자폭탄 피폭 피해를 경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바비 영화를 홍보하는 미국 소셜미디어 계정이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을 연상시키는 사진 등에 긍정적 댓글을 달았는데, 피폭국 일본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인식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바비'는 원폭 개발을 주도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 전기영화 ‘오펜하이머’와 동시에 지난달 21일 미국에서 개봉했다. 두 영화가 대대적 흥행을 기록하며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합친 신조어 ‘바벤하이머(#Barbenheimer)’가 유행했다. 두 작품을 합성해 만든 사진이나 그림도 큰 인기를 얻었다.

'바비'의 미국 공식 홍보용 계정이 원폭을 연상시키는 합성 사진에 호의적인 댓글을 달자 일본인들이 분노했다. 이 계정은 거대한 불길을 배경으로 바비가 오펜하이머의 어깨 위에 앉은 합성사진에 “기억에 남는 여름이 될 것”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바비의 헤어스타일을 버섯구름처럼 만든 이미지에는 “(바비의 친구인) 켄은 스타일리스트”라는 댓글을 달았다.

영화 '바비'의 미국 공식 홍보 계정이 바비의 헤어스타일에 버섯구름을 합성한 이미지에 "켄은 스타일리스트"라며 호의적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영화 '바비'의 미국 공식 홍보 계정이 바비의 헤어스타일에 버섯구름을 합성한 이미지에 "켄은 스타일리스트"라며 호의적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일본에선 “원폭은 결코 농담의 소재로 삼으면 안 된다”, “원폭의 피해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냐”는 반응이 잇따랐다. “바비의 개봉을 기다려 왔지만 이대로는 볼 수 없다”, “종전 시즌엔 개봉을 포기해라” 등 관람 보이콧을 연상시키는 글도 인터넷에 줄줄이 올라왔다. 종전 시즌이란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추도일부터 8월 15일 종전일(패전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결국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 재팬이 지난달 31일 사과문을 올렸다. “(피폭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미국 본사의 댓글은 매우 유감”이라며 “본사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은 11일 일본 개봉을 앞두고 2일 일본을 방문해 시사회에 홍보 활동을 벌일 예정이지만 분위기는 싸늘하다.

이번 논란은 근본적으로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시각차 때문에 벌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에선 원폭이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중단시켰으므로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여론이 다수이지만, 일본은 무고한 인명을 끔찍하게 살상한 부당한 행위였다고 본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미마키 세이코 도시샤대 부교수는 아사히신문에 “정치적 올바름(PC)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나라의 일이라면 사려 깊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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