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베이 뷰'… 옆으로 넓은 격납고형”
“디자인 모형 170개, 견본 67개 등 전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인틴뷰에 소재한 구글의 신사옥 ‘구글 베이 뷰’는 어떻게 생겼을까. 세계 1위 빅테크 기업의 최고 기술력과 막강한 부를 상징하듯 하늘을 찌르는 고층 건물일까. 그렇지 않다. 구글 베이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는 내부 공간은 옆으로 넓게 퍼져 있다. 층고를 높인 대신 벽은 없앴다. 천막 모양의 지붕 옆면엔 구석구석 창을 놓았고 지붕 위엔 태양광 패널을 얹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산업의 특성에 맞게 때에 따라 변형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격납고나 공항 터미널과 유사한 구조다. 신기하게도 주변의 조경, 자전거 도로, 카페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 건물은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할 뿐 아니라 햇볕이 잘 들고 환기가 잘되는 것을 목표로 한 환경친화적 설계의 백미이기도 하다.
태평양을 건너가지 않아도 서울역 앞에서 구글 베이 뷰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 6월 29일부터 서울 중구 ‘문화역 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는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에서다. 이곳에서는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토마스 헤더윅이 스태프와 함께 창안한 ‘구글 베이 뷰’를 비롯한 건축·산업디자인 모형 170개, 제품 견본 67개가 전시 중이다.
전시작 가운데 헤더윅의 '원조' 대표작은 벌집과 같이 이어지는 기하학 구조의 계단 건물인 ‘베슬(vessel·혈관 또는 물관)’이다. 2019년 3월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개장한 ‘베슬’은 허드슨 강 전경을 보며 산책하려는 뉴요커의 사랑을 받으며 ‘자유의 여신상’에 버금가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헤더윅은 인도 고대 라자스탄의 계단식 우물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설계했다고 한다. 헤더윅이 설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 모형도 전시됐다. 옥수수 저장고였던 원통 구조물의 뼈대는 살려두고 옥수수 낱알 모양으로 만든 미술관이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는 “이번 전시작을 두루 살펴보면 다양한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헤더윅의 디자이너로서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된 디자인 스케치에서는 좀 더 나은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헤더윅이 고민한 흔적의 편린을 엿볼 수 있다. 헤더윅의 TED(테드) 강연과 함께 그의 건축 설계·디자인 모형을 살펴볼 수도 있다. 헤더윅이 디자인한 팽이 모양 의자 ‘스펀 체어’는 관람객의 쉼터다. 지난달 30일 기준 유료 관람객 2만7,761명이 다녀갔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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