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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면 반짝, 선선해지면 뒷전… 홀대받는 폭염 대비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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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면 반짝, 선선해지면 뒷전… 홀대받는 폭염 대비 법안

입력
2023.08.0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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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역대급 폭염' 때도 우후죽순 발의
취약계층 밀접 법안 무관심 속 '자동폐기'
21대 국회 계류안 재소환... "꾸준히 논의해야"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머리에 얹은 수건이 땀으로 젖어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머리에 얹은 수건이 땀으로 젖어 있다. 연합뉴스

폭염이 지속되면서 취약계층 보호가 급선무다. 정부는 물론 국회의 역할이 중요할 때다. 법안을 통해 폭염에 대응하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기록적 폭염 상황에서 법안을 쏟아낼 뿐 제대로 통과시키지 않아 공염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찜통더위 분위기에 편승해 앞다퉈 내놓은 법안들이 날씨가 선선해지면 뒷전으로 밀렸다. 현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양상이 반복되고 있어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폭염 때 대거 발의...무관심 속 폐기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2016~2020년) 발의 법안 가운데 제안 이유를 '폭염'으로 적시한 경우는 76건에 달했다. 이 중 41건(53.9%)은 서울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치솟아 '역대급 폭염'이던 2018년 7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의됐다. 다시 범위를 좁혀 실외노동자, 저소득 가구 등 '폭염 취약계층'의 노동·생활권 보호에 밀접하게 연관된 법을 살펴봤더니 대표적으로 전기사업법 개정안(5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5건)이 꼽혔다.

당시 제출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혹서·혹한기엔 한시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한 누진제 부담을 덜어주도록 했다. 산안법 개정안은 폭염·한파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조치를 의무화하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임이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안의 경우 폭염 우려가 클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업주에게 직접 작업 중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그로 인해 줄어든 노동자 임금분을 정부가 보조하는 '획기적인'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들 10개 법안 어느 것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모두 폐기됐다. 의원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국회 회의록을 보면, 전기사업법의 경우 2018년 9월 한 차례 해당 상임위 소위원회에 상정된 게 전부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조문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바로 심의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이후 20개월이 지나 의원들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산안법 개정안은 2018년 12월에서야 고용노동소위원회에 상정됐는데 당시 '김용균법'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듬해 3월 소위에서 "전반적으로 (작업중지명령 권한 등에) 폭염·한파 등을 추가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수석전문위원 의견과 "보완하겠다"는 정부의 대답을 끝으로 논의는 멈췄다.


"정치적 액션보다 꾸준한 관심·합의 중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1대 국회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20대 국회와 내용이 엇비슷한 '폭염 대책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은 폭염·한파 시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업주에게 작업 중지를 명령하게 하고,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임금 감소분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예전과 다른 움직임도 있다. 같은 해 12월 법안소위 상정을 끝으로 외면받던 이 법안은 다시 빛을 볼 참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일정 기준 이상 폭염이 지속될 때 반드시 휴게시간을 갖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8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소영 의원안 등 이미 나온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해당 상임위 간사를 통해 의견을 모으겠다"고 힘을 실었다.

다만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임금 감소분에 대한 재원 확충 △사용자(기업)와의 협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장은 "현행법으로도 폭염 시 작업중지와 임금 감소분 지원 등이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실행을 위한 공론과 합의가 필요한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반짝' 정치적 액션이 아닌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광현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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