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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폭염 작업중지, 희생자 더 나와야 강제할 건가

입력
2023.08.0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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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폭염 경보가 내려진 서울 관악구의 한 공사장. 취재 30분 만에 온도가 섭씨 41.5도까지 올라갔다. 장수현 기자

지난달 31일 폭염 경보가 내려진 서울 관악구의 한 공사장. 취재 30분 만에 온도가 섭씨 41.5도까지 올라갔다. 장수현 기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폭염이 지속될 때 반드시 휴게시간을 갖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8월 안에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민의힘에 합의처리를 제안했다. 유엔이 “지구 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힐 정도로 일상화한 폭염 속에서, 작업중지 의무화는 인명을 살리는 필요조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쯤 서울 관악구 공사장에서 본보 기자가 측정한 온도는 41.5도였다. “일하다 머리가 핑 돈다”는 공사 현장은 그러나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온열질환 예방지침’이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해서다.

지난 6월 하루 4만3,000보를 걸으며 철제카트를 정리했던 코스트코 직원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이를 계기로 야당은 폭염 작업중지 의무화의 7월 내 통과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여당이 “정부에 행정적 조치를 우선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라, 현재로선 합의는 요원하다. 이런 식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갈수록 포악해지는 기후 앞에서 또 다른 희생은 불 보듯 뻔하다.

노동 현장은 아우성이다. 쿠팡 물류센터 노조는 온열질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1일 하루 연차를 쓰거나 결근하는 방식으로 파업에 나섰다.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물류센터 내부의 체감온도는 35도에 이른다고 한다. 휴식시간 보장과 에어컨 설치는 노동자의 생존과 연결된 것인데, 이를 얻기 위해 파업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다.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 산업 현장의 관행으로 볼 때, 폭염 작업중지를 강제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온열사망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제시한 법안을 회피하지 말고, 성의있게 검토하기 바란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8월 10일 이전이 가장 폭염이 심하다는데 법 개정으로 신속히 조치할 수는 없다”고 했다는데, 폭염은 올해 한 해로 끝날 일이 아니다. 미리 대비하지 않다가 사회적 참사를 겪은 후 후회하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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