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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전력 순환망 구축에 획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입력
2023.08.0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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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60%대 머문 수도권 전력자급률
향후 14년, 매년 4조 원 투자해야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도 방법

수도권에는 인구의 절반뿐만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몰려 있다. 그런데 대형 발전소들은 주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닷가에 입지하고 있다. 소비되는 전기의 62%가량을 생산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및 원자력발전소가 그러하다. 결국 이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수도권으로 보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설비가 필요하다. 첫째,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설비로 송전탑과 송전선이 대표적이다. 둘째, 송전 과정에서 전압을 낮추거나 올리는 설비인 변전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있는 송전전압 66㎸, 154㎸, 345㎸, 765㎸는 모두 변전소에서 만들어지며, 각 가정에 보낼 때 전봇대 위에 있는 변압기를 통해 220V로 낮춰진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기수요는 연평균 1.5%씩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발전소가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하지만 송전설비 및 변전소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에 한전은 지난 4월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2~2036)'을 수립하여 발표했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이 계획에 따르면 송전선로는 2036년까지 2021년 대비 약 1.64배 증가한다. 변전소는 2021년의 892개에서 약 1.38배 증가한 1,228개가 된다. 소요되는 투자금액은 56조5,150억 원에 달한다. 2년 전 발표된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0~2034)'에 제시된 투자금액 29조 원의 거의 2배에 해당한다. 지금부터 향후 14년간 매년 4조 원씩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작년 한전은 전기를 ㎾h당 162.5원에 사서 120.5원에 팔았다. 팔수록 손해가 커지다 보니 올해 1분기까지의 한전 누적적자는 45조 원에 달한다. 송변전설비 투자는커녕 빚만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한전이 전기공급 사업을 접을 수도 없다.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독일은 전기요금과 별도로 송변전요금을 주택용 전기 소비자에게 부과하여 송변전설비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송변전요금은 작년 하반기에 ㎾h당 143원이었다. 우리의 현행 전기요금 ㎾h당 155원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사실 선진국의 대부분은 송변전설비 투자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전에 해당하는 프랑스의 공기업 EDF도 작년 대규모 적자로 송변전설비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프랑스 정부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EDF의 민간 지분 16%를 전량 구매하는 방식으로 EDF를 완전 국영화시켰다.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국가재정으로 송변전설비 투자를 지속한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3가지 대안이 놓여 있다. 첫째, 대규모 적자 상황과 무관하게 지금과 같이 한전 책임으로만 송변전 설비 보강을 하는 방식. 둘째, 투자 재원을 소비자에게 대폭 부담시키는 독일 방식. 셋째, 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국가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프랑스 방식. 과연 우리 정부는 어떤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우리는 첫 번째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아직 시작점에 있기에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두 번째 방식과 세 번째 방식을 섞어서 가야 한다. 즉 어느 정도의 소비자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되 송변전설비 확충에 국가재정을 어느 정도 투입해야 한다.

요컨대 안정적 전기공급을 위한 송변전설비 확충에 획기적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전기공급 원가 수준으로의 전기요금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국가재정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징수액이 연 1조 원가량 늘어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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