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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교권 강화에 반대한다

입력
2023.07.31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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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김희원한국일보 논설위원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고인이 된 서이초 담임교사를 위한 추모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인권 제한한다고 교권 확보되나
학대 면책보다 당국·학교장 책임 절실
존중을 배우는 교육의 본질 잊지 않길


서이초 교사 자살 후 믿기 어려운 교권 침해 경험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33도 폭염 속 서울 한복판에선 3만여 교사들이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오랜 문제를 이제라도 돌이켜야 하지만 정부·여당이 거론하는 대책에 우려가 적지 않다.

초등학교 교권침해의 33.8%(2019~22년)가 학부모에 의한 것이라는 교육부 통계, 경험한 교권침해유형의 49%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라는 전국초등교사노조의 설문조사를 보면 적어도 초등학교의 문제는 극성 학부모다.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압박 수단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선 아동학대 범죄에서 면책되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해법인지는 의문이다. 현행법으로도, 선을 넘지 않는 ‘정당한’ 지도를 처벌할 수는 없다. 혹시나 법 개정이 암시하는 의도가 훈육 아래 나올 수 있는 심한 발언이나 체벌마저 눈감아 주자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고소·고발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혹시나 있을 수 있는 학대는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절실한 것은 면책이 아니다. 권한을 가진 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게 오히려 문제다. 미국처럼 학교장이 책임지고 학부모를 응대하는 시스템은 아예 없다.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가 교육청 지원을 받았다는 경우는 1.8%(전교조 조사)에 불과한데, 교사는 고발되면 학부모 상대, 경찰 조사에 더해 교육청 보고서류까지 감당해야 하고 학교는 감사대상이 된다. 처벌까지 가지 않아도 고통스럽다. 아동학대 면책보다 민원창구를 학교장으로 일원화하는 게 시급하다. 학교장·교육청이 뒷전으로 빠져있는 관행에 대해선 학부모도 할 말이 많다. 또 교권침해 사례의 상당수가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라는 지적을 보면, 특수교육에 인색한 교육부 또한 책임 방기다.

그래놓고 당정은 또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를 들고나왔다. 학교폭력 방지책으로 학생부 기재가 도입된 후 학교가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것을 보고도, 오직 입시만이 실효성을 가질 것이라는 인식이 가련하다.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정비하겠다는 이주호 교육부총리의 말은 더더욱 문제다. 학생 인권과 다양성을 억눌러야만 가능한 훈육은 권위주의 시절 '야만의 체벌 교육'을 떠오르게 한다.

당국이 추구하는 법·조례 개정이 학생 인권을 제한해서 엄하게 규율을 잡도록 허용하는 거라면 나는 그런 교권 강화에 반대한다. 교육활동 침해 교사 지원을 강화하면서 예술·영어·방과후 강사 등은 ‘교원’이 아니어서 제외하는 그런 교원지위향상법에도 찬성하기 어렵다. 학부모 민원은 차단하지만 학교장의 갑질, 비정규직 교사 차별은 방치하는 그런 교사 인권 대책 또한 동의할 수 없다.

나의 인권은 남의 것을 빼앗아 얻는 게 아니다.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고 확대하는 과정에 나의 권리도 보장된다. 학생 휴대폰을 검열하거나 등굣길 복장 검사에 목매지 않아도 생활지도가 가능하다고 나는 믿는다. 악성 민원도 교육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교육은 원래 어렵고 품이 드는 것이다. 다른 의견을 존중하면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살아가는 민주주의 원칙이 그런 것처럼. 애초에 그것을 배우는 게 교육의 본질이 아니었던가.

어렵겠지만 이런 교육을 위해 교사가 더 힘을 내주기를 당부한다. 교육이란 법과 처벌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결국 학교에서 얼굴을 보고 말을 나누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이뤄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관계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바뀌는 기적을 종종 목격한다. 냉소를 이기고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김희원 뉴스 스탠다드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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