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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보다 경제가 중하다"는 영국 총리의 '배신'...항의 서한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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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보다 경제가 중하다"는 영국 총리의 '배신'...항의 서한 쏟아졌다

입력
2023.07.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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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낵 정부, '유전 개발' 벼르는 등 연일 역행
"경제 최우선" 모드... 각계서 "우려 크다"

"친애하는 총리님, 기업인들은 영국 정부가 '넷 제로'(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제거량을 맞춰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달성을 위해 헌신하지 않아 영국이 뒤처질까 걱정됩니다."

아마존, 지멘스 등 영국 내 유력 기업 100여 곳이 이달 18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난해 10월 수낵 총리 취임 이후 영국의 기후 위기 대응이 눈에 띄게 후퇴했다는 우려에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7일 영국 런던의 신규 주택 개발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7일 영국 런던의 신규 주택 개발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유전 개발, 안 하면 손해" 수낵의 에너지 역행

'로즈뱅크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북해 유전 개발 사업'에 가장 많은 비판이 집중된다. 수낵 정부는 영국 셰틀랜드 섬 인근 유전을 개발해 최대 5억 배럴(약 795억 리터)의 석유를 얻고자 한다. '영국이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이때까지 화석연료 사용은 불가피하므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논리다.

수낵 총리는 30일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북해 유전 개발 포기는 △영국 에너지 안보 약화 △관련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 등 독재 국가의 반사이익 △800억 파운드(약 130조9,976억 원) 세수 손해 등과 다름없다며 '개발 승인 임박'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기후 피해 최소화를 위해) 탄소 포집 사업에도 수백만 파운드를 투자하겠다"며 부정적 여론 불식에도 나섰다.

수낵 정부는 지난해 12월 컴브리아 광산 개발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연간 약 280만 톤의 석탄 생산이 가능해졌다. '풍력발전소 신규 건설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26일 영국 런던에서 촬영된 '초저배출구역' 표지판.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26일 영국 런던에서 촬영된 '초저배출구역' 표지판.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연일 자동차 친화모드… 기후원조 삭감 의심도

수낵 총리는 자동차 이용량을 줄이기 위해 고안한 제도에도 연일 제동을 걸고 있다. '초저배출구역'(Ultra-low emission zone·ULEZ) 때리기가 대표적이다. ULEZ는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하루 12.5파운드(약 2만436원)를 부과하는 제도로, 8월 말부터 런던 전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다. 수낵 총리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이를 "슈퍼마켓에 가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자, 불필요한 추가 세금을 징수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런던시 당국에 재고를 요구했다. '교통량이 적은 이웃'(Low Traffic Neighborhoods·LTNs) 정책도 재검토에 나섰다. 자동차 이용량을 줄이기 위해 만든 것으로, 비거주민 차량이 주택가를 지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기후 위기에 처한 저개발 국가를 위해 116억 파운드(약 18조9,692억 원)를 지원하겠다'는 약속 폐기도 검토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7월 초 보도하기도 했다. 외무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의심이 걷히지 않았다. 6월 말에는 에너지기후환경부 장관 잭 골드스미스가 "수낵 총리가 환경에 관심이 없다"며 사임했다. 수낵 총리와 같은 보수당 소속으로 2019년부터 정부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아마존 등 영국에서 활동하는 유력 기업 100여 곳이 7월 18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에게 보낸 서한. 이들은 영국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아마존 등 영국에서 활동하는 유력 기업 100여 곳이 7월 18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에게 보낸 서한. 이들은 영국 정부가 기후 위기 대응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이대론 안 돼" 환경·경제 등 각계서 '우려'... 여론도 냉랭

수낵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거치며 가중된 경제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기후 정책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다. 수낵 총리는 "넷 제로 목표는 중요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더하고 싶지는 않다"고 24일 말했다. 올 초 발표한 '5개의 약속'에도 기후 위기 대응은 없었다.

수낵 총리의 반(反)환경적 행보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에 관여한 인사 15명은 최근 수낵 총리에게 "기후, 자연, 환경 문제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접근에 깊은 우려를 전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왕립조류보호협회 등 50여 곳의 환경단체는 28일 서한을 통해 "환경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약속해달라"고 요구했다. 의회에선 COP28 총회 참석 약속 및 기후 특사 임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이었던 전임자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비교하는 목소리가 많다. 독립기관인 기후변화위원회는 6월 말 보고서에서 "(존슨 전 총리가 재임했던) COP26에서 보였던 기후 리더십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여론도 부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7월 조사에서 국민 59%가 '수낵 정부가 기후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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