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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는 집중력

입력
2023.07.3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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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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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사회적 참사가 일어나 사람들을 죽이는가, 그들을 추모하는 일이 일상이 될 지경인 건 왜인가.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가 집중력 위기에 대해 쓴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결정적 이유를 찾았다. 첫째, 사람들이 산만하게 분노하기 때문이다. 둘째, 산만한 분노에서 거대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올해 4월 출간된 책은 8만 권이나 팔렸다. 집중력 감퇴를 걱정하는 사람이 어지간히 많다는 뜻이다. 개인의 집중력 저하는 성적이 떨어지고 업무 마감이 늦어지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공동의 문제를 탐색하고 숙고하는 공동체의 집중력을 붕괴시킨다.

인류의 집중력 자원은 맹렬하게 고갈되고 있다. 개별 이슈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치솟았다가 꺼지는 주기가 188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점점 짧아지는 중이다. 더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더 많은 사람과 연결돼야 한다는 압박이 속도를 부추긴 탓이다. 속도는 깊이를 희생시킨다. 골치 아픈 문제를 만나면 스크롤 바를 내리면 그만이다. 생각은 고여 있지 못한다.

남아 있는 집중력은 얄팍하고 단속적인 분노에 쓰인다. 생래적으로 인간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잔잔한 것보다 잔인한 것에 주의를 빼앗긴다. 주차장에서 그루밍하는 귀여운 고양이보다는 주차장에서 노상 방뇨하다 항의받고 역정 내는 취객이 나오는 영상에 몰입하기 마련이다.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팩트에 기반한 뉴스보다 6배 빠르게 전파되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 기제를 살뜰히 활용하는 것이 알고리즘이다. 소셜미디어·포털 기업이 운용하(고 언론이 방조하)는 알고리즘은 화풀이를 조장한다. 개개인의 분노가 어디서 터지는지를 간파해 맞춤형 분노 유발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용자의 시선을 더 오래 잡아 둘수록 광고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리의 책이 ‘감시 자본주의에 의한 증오의 습관화’라고 명명한 돈벌이 방식이다.

알고리즘이 기업의 목줄을 쥔 정치권력이나 기업과 공생하는 시스템을 향해 분노를 불어넣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지하철 1호선 진상남’, ‘정신 나간 김여사’ 같은 쉬운 사냥감을 쉬지 않고 조달해 분노의 물길을 돌린다. 수해 앞에 총체적으로 무능했던 정부·여당보다 복구현장에서 잠깐 웃다 들킨 공무원이 더 큰 죄인이 되고, 교권 붕괴라는 난제의 해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주호민을 때리는 것에 집단의 에너지가 집중된다.

소모적 분노가 끓다 식기를 거듭하는 동안 공동체의 울분과 통곡을 유발하는 구조적 결함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몰래 웃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에 반성하지 않는다. 그 결과는 세계의 악화와 비극의 반복이다. 억울한 죽음도, 기후재앙도, 인류 9%의 굶주림도, 핵과 인공지능의 위험도, 피 흘리는 전쟁도, 지구 곳곳의 민주주의 퇴락도 막지 못하게 된다.

집중력은 개인의 자제력만으로 온전히 복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리의 책은 말한다. 기업이 알고리즘을 바꾸고 정치권력이 그걸 법으로 강제하는 게 확실한 해법이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니 당장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집중력을 집중해서 분노할 대상을 정확히 가리고 물고 늘어져야 한다. 손놓고 있으면 도둑맞는 것은 집중력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중한 많은 것들을 도둑맞고 말 것이다.





최문선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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