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지대 국가 중 유일한 친서방
"서방 대테러 작전의 거점 역할"
쿠데타 성공하면 러시아 입김 세져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군부가 대통령을 억류하는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미국, 유럽 등 서방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미국 성향인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이 축출될 경우 사헬지대(사하라사막 남쪽 지역)에서 서방은 대테러 작전의 거점을 잃는 반면 러시아의 입김은 커지기 때문이다.
사헬지대 정중앙에 위치한 니제르는 말리, 차드 등 이웃 5개국과 달리 2020년 이후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은 안전지대였다. 미국의 특별 관리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줌 정권이 붕괴하면 서쪽 끝에 위치한 기니에서 맨 동쪽의 수단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중북부를 가로지르는 이른바 ‘쿠데타 독재 벨트’가 완성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지난 26일 니제르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사헬지대에서 독재 권력의 도미노 사슬을 완성해 미국에 난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니제르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5차례 군부 쿠데타를 겪었는데, 2021년 집권한 바줌 대통령은 민주적으로 당선된 최초의 지도자였다.
대통령 경호실장이자 쿠데타를 주도한 압둘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은 28일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보며 직접 개입해 책임지기로 했다”며 스스로를 새 국가원수라 칭했다. 그는 특히 “계속된 안보상황 악화와 경제·사회 시스템의 관리 실패가 원인”이라며 쿠데타를 정당화했다. 이웃 국가들처럼 높은 실업률 등 경제난이 불가피한 군사반란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비상 걸린 서방… “바줌 축출하면 지원 끊겠다”
서방엔 비상이 걸렸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아프리카에서 이들의 영향력도 급속히 축소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본격화된 서방 대 반서방 대결구도가 아프리카에서도 선명해지면서 미국에 불리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니제르는 미국과 프랑스에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보코하람 등 무장세력에 맞서는 대테러전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바줌이 대통령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니제르에 대한 재정 지원과 안보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니제르에는 미군 1,100여 명이 주둔 중이고, 미국은 최근 수도 니아메와 북부 도시 아가데즈에 1억1,000만 달러(약 1,400억 원)를 들여 드론 기지를 건설했다.
프랑스 역시 군인 1,500명을 배치할 정도로 니제르에 공을 들였다. 세계 7위 우라늄 생산국인 니제르의 정세 불안은 프랑스를 비롯해 원자력발전소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치명적이다. 유럽연합(EU)이 “니제르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EU는 2021~2024년 니제르의 경제성장 지원 등의 명목으로 5억5,300만 유로(약 7,7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러시아에는 기회… “서방으로부터 독립선언”
아프리카에서 세를 불리려는 러시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니제르 인접국으로 쿠데타가 성공한 말리, 부르키나파소는 러시아와 손을 잡은 뒤 프랑스군을 몰아내고, 러시아 용병단인 바그너그룹에 반군 퇴치 임무를 맡겼다. 쿠데타로 들어선 독재 정권을 비호하고 그 대가로 각종 사업권을 얻는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번 군사반란을 “서방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으로 평가했다.
실제 30일 니아메에선 쿠데타 군부 세력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명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가두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은 "EU와 아프리카 연합 등 국제사회가 니제르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과 정상회의를 열어 아프리카 6개국에 최대 5만 톤의 곡물을 무상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 흐름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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