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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전 쓴 SNS 때문에 해고? 트럭 보내 게임사에 항의한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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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전 쓴 SNS 때문에 해고? 트럭 보내 게임사에 항의한 팬들

입력
2023.07.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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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사
일러스트레이터 과거 SNS 지적한 이용자 요구에 계약해지
"사상검증 근거 해고 지나치다" 역풍 트럭시위로 이어져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여름 수영복' 캐릭터의 등장 화면. 유튜브 캡처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여름 수영복' 캐릭터의 등장 화면. 유튜브 캡처


일러스트레이터 부당해고에 대한 진상 규명하라. 직원 사상검증 피해의 또 다른 사례를 만들지 말아달라.

'프로젝트문'의 일러스트레이터 계약해지에 항의하는 트럭시위 문구


30일 게임업계에 여론의 이목을 끄는 '트럭 시위'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다만 무대는 큰 게임사가 몰린 경기 성남시 판교가 아닌 수원 광교다. 내용도 색다르다. 한 직원의 계약해지를 '부당해고'로 규정하고 기업의 사과와 환불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트럭이 운행되는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해당 소재를 알리고자 검색어를 반복해서 올리는 등 '검색 총공'이 이어졌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개발사 '프로젝트문'은 25일 트위터 공지를 통해 이 게임의 스토리 일러스트레이터 A씨와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과거 개인 SNS에 불법 촬영 반대 집회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올렸기 때문에 일부 이용자의 항의가 있었다는 이유다. 김지훈 프로젝트문 디렉터는 공지에서 "SNS 계정이 회사와 연관될 가능성을 없애 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면서 사내 규칙을 근거로 들어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오히려 다른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해당 SNS 메시지는 A씨가 입사 이전에 올린 데다 이런 행동이 개인의 사상을 노동 계약과 연결시키는 '사상 검증'이라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경기청년유니온은 성명을 통해 "사상 검증과 이를 뒤따르는 밥줄 끊기 협박은 명백한 불법"이라면서 "노동자의 직업과 생계를 위협하는 불법적 행위, 그리고 이와 손잡는 잘못된 관행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사의 결정을 비판하는 이용자들이 모여 프로젝트문 회사 근처를 지나는 '트럭 시위'를 마련하는 데 이르렀다.



제작사 프로젝트문이 일러스트레이터의 계약해지 방침을 밝힌 입장문. '림버스 컴퍼니' 트위터 캡처

제작사 프로젝트문이 일러스트레이터의 계약해지 방침을 밝힌 입장문. '림버스 컴퍼니' 트위터 캡처


역풍이 불게 된 것은 이 사건의 도화선이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와 관련이 없는 문제였다는 데에도 있다. 이용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림버스 컴퍼니는 이용자 측 캐릭터의 능력이 하향되는 등 게임 내 밸런스 문제로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데 불만이 해결되지 않자 한 남성 이용자 커뮤니티는 여성 캐릭터 '이스마엘'이 '여름 수영복'으로 전신 라텍스 잠수복을 착용한 것을 문제 삼고 게임의 평점을 깎으며 단체 민원을 시도했다. 이들은 수영복 디자인의 노출이 적은 것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여성주의자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고, 그 '근거'를 찾아내 게임사에 퇴출을 요구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선 쏟아지는 민원을 무시할 경우 온라인 평가와 매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면서도 "'반대편'에서도 같은 불만을 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문제가 된 림버스 컴퍼니 역시 여성 팬이 상당수 존재하기에 트럭 시위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

해당 사건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의 운명은 프로젝트의 성패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노동자 개인의 지위도 비교적 불안한 편"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여성주의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게임업계 종사자를 퇴출한 사건을 두고 "게임업계 내 여성 혐오 및 차별적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일러스트레이터 등은 비정규직·프리랜서 신분이라 더욱 '악성 민원'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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