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수 악수 청했지만 펜싱 검 내밀어
경기 후 악수 해야 한다는 FIE 규정 위반
우크라이나 정부 실격 철회 촉구하고 나서
펜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 선수의 악수를 거부해 실격되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 BBC방송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펜싱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출신 선수가 만났다”며 “우크라이나의 올가 카를란이 승리를 거뒀지만 러시아 출신 안나 스미르노바의 악수 요청을 거부해 실격 처리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펜싱 간판 카를란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3 펜싱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64강전에서 중립국 소속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스미르노바를 15-7로 제압했다. 문제는 경기 후 인사 상황에서 벌어졌다. 경기를 마친 뒤 스미르노바가 카를란 쪽으로 다가와 악수를 청했으나 카를란이 이를 거부한 것. 카를란은 손 대신 자신의 세이버(펜싱용 검)을 내밀며 거리를 뒀고, 고개를 저으며 피스트(시합장)를 떠났다.
이에 스미르노바는 약 52분 가량 피스트에 머무르며 항의의 뜻을 내비쳤다. 스미르노바는 아예 피스트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기까지 했다. 국제펜싱연맹(FIE)에 따르면 경기 결과가 나온 뒤 두 선수는 악수를 해야 한다. 결국 카를란은 해당 규정 위반으로 실격 처리됐다.
카를란은 AFP 통신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에마누엘 카치아다키스 FIE 회장이 악수 대신 검을 맞대는 것이 가능하다고 확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우리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스포츠 경기장에서 러시아 선수들과 맞설 준비가 돼있다. 그러나 결코 그들과 악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카를란의 실격 처리를 철회해야 한다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드미트로 꿀레바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카를란은 공정하게 경쟁해 승리했다. FIE가 그의 권리를 회복하고, 계속 경기할 수 있게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펜싱 연맹(NFFU) 역시 조직 차원의 항소를 준비 중이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1월 “어떤 선수도 그들의 국적 때문에 올림픽 출전 자격을 잃어선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및 벨라루스 국가 출신 선수가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단,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닌 중립국 소속의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제한 조항을 걸었다. 이에 따라 국제펜싱연맹(FIE)은 지난 5월 러시아 출신 선수 17명에게 해당 자격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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