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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품을 경매로 사면 안 되는 이유

입력
2023.07.30 12: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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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민
김승민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

편집자주

김승민 큐레이터는 영국 왕립예술학교 박사로 서울, 런던, 뉴욕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며 600명이 넘는 작가들과 24개 도시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미술 시장의 모든 면을 다루는 칼럼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견인하고 수익도 창출하는 힘에 대한 인사이더 관점을 모색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두 명의 음악가’(Deux Musiciens)가 6월 20일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 전시돼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두 명의 음악가’(Deux Musiciens)가 6월 20일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 전시돼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경매는 한 작가 작품의 매매에 관한 분명한 기록을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상업적 가치에 대한 투명한 지표가 된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듯, 관심 있는 작가가 있다면 시기별로 경매 가액을 조사해 보도록 하자. 어떤 작품이 어디서 왔고 (프로 버너스), 누가 샀고, 얼마에 팔렸는지를 정리하다 보면 해당 작가에 대한 작은 경매 리포트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경매 시 알아두면 좋은 팁들

사전 조사를 통해 경매 리포트를 작성했다면, 경매 전에 열리는 '프리뷰 전시'에 갈 자격이 생긴 셈이다. 직접 구입하고자 하는 물건과 경매에 나온 물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좋은 기회다.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컨디션 리포트라도 챙겨야 한다. 작품의 손상 여부, 액자의 교체 등에 작품 가치에 영향을 미칠 정보가 담겨 있다.

경매 참가를 위한 사전 등록을 마치고 응찰 번호가 주어지면 경매 참가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다음 익혀야 하는 것은 경매 참여를 위한 등록 및 참여 방법이다.

경매소에 인적 사항을 등록하고 번호판이 적힌 패들을 받는 것으로 현장 응찰에 참여할 수 있다. 직접 방문할 수도 있지만, 온라인으로도 응찰할 수 있다. 이때는 신분증과 주소가 적힌 자료와 은행 계좌 등을 미리 주최 측에 보내야 한다. 응찰 번호가 적힌 팻말이 주어지는데 이걸 "페달"이라고 한다. 현장 응찰에는 그 페달이 자기 이름표다. 온라인 응찰이라면 로그인에 사용된 '고객 번호'가 페달 역할을 하게 된다. 전화 응찰도 있다.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거나 바쁠 경우, 경매소의 직원이 대리인이 되어 전화로 상황을 공유하고, 대신 페달을 들어 주는 방식이다.

이제 경매장에 들어가 보자. 경매할 물품이 순서대로 이어져 나온다. 'Lot No. 15', 드디어 가지고 싶은 작품이 나왔다고 가정하자. 앞치마와 흰 장갑을 낀 두 명의 테크니션이 작품을 들고 있다. 경매장 앞 화면에는 작품 사진과 로트 넘버(해당 작품의 경매번호), 헤드라인 및 현재 가격(미화, 엔, 유로, 파운드로도 동시 표시)이 표시된다. 헤드라인이란 법적 효력이 있는 작품에 대한 정보로, 도록에는 굵게 글씨로 표시된다. 경매 전에 도록을 미리 구입하면, 예상가격과 이전의 비슷한 작품 가격을 참조할 수 있다.

“십만 불, 십만 불, 더 이상 없나요?” 경매 현장과 온라인과 전화로 경쟁에 나섰던 사람들이 모두 포기하는 순간, 경매사는 주변을 돌아보며 말한다. ”고잉 원스(going once), 고잉 트와이스(going twice). 솔드(Sold)!"(하나, 둘. 판매됐습니다!) '탕!' 망치도 내리친다.

낙찰가는 영어로 해머 프라이스(hammer price)라고 말하는데, 낙찰자가 지불할 금액은 이보다 더 많다. 2023년 기준으로 구입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낙찰가+경매 수수료+거래 관련 세금'이다. 경매 수수료는 낙찰가의 26%, 즉 10만 달러인 경우 2만6,000달러다. 여기에 2만5,000달러가량의 세금까지 합치면 총 15만1,0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국내 경매소의 경우 수수료는 16.5~19.8%로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소보다 낮다.

동시대 미술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경매소는 피하는 게 좋다. 경매의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거래되는 작품의 풀(Pool)이 생길 때, 그리고 새로운 작품의 등장 가능성이 적을 때부터 경매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경매에 등장하는 작품은 구매 시기와 다시 파는 시기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시류 및 작가의 재평가, 작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 경제적 흐름을 반영해서 오픈 마켓에서 최선의 가격을 받으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가끔 현대 미술작가들이 작품을 경매소에 직접 파는(2007년 법이 바뀌며 가능해졌다.) 경우도 있고, 갤러리 및 소장가들이 담합하여 일부러 가격을 올리기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다. 즉, 거품이 낀 가격은 다음 경매에서 팔리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동시대 미술의 경우 새로운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고, 작가의 명성과 작품성 그리고 작품의 희소성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경매에서 아주 비싼 가격에 팔린다고 그다음에 그 가격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이 어떤 전시를 통해 새로운 작업이 나오며 계속 발전하고 있는지, 작가의 철학이 어떤지 다차원적으로 보며 미술소장품에 가까이 가는 모습이 좋지 않을까.

김승민 슬리퍼스 써밋 & 이스카이 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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