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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제화골목엔 '맥가이버'와 '신의 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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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제화골목엔 '맥가이버'와 '신의 손' 있다

입력
2023.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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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화 골목으로 가죽, 신발, 시계 등 소문난 장인들 입성
낮에는 SNS장인 상권, 밤에는 감성주점마다 젊은이들 북적
대구 동문사, 라스트미, 이준희 시계장인 등 분야별 장인 몰려

대구 중구 향촌동 구두골목을 중심으로 SNS에서 장인으로 알려진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거 입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경 라스트미 대표, 조용달 동문사 대표, 이준희 시계장인. 김민규 기자

대구 중구 향촌동 구두골목을 중심으로 SNS에서 장인으로 알려진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거 입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경 라스트미 대표, 조용달 동문사 대표, 이준희 시계장인. 김민규 기자

"노인 거리요? 옛말이죠. 찐 장인들 때문에 핫플레이스가 됐어요."

대구 중구 수제화골목이 달라졌다. 1970년대 구두 골목으로 상권이 형성된 이곳은 어르신 거리라고 할 만큼 유동 인구의 연령대가 높았지만 최근 젊은 연령대 유입이 대거 늘고 있다. 중구가 문화거리로 탈바꿈을 시도한 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야별 '찐 장인'으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수제화골목은 당초 구두가게들이 주류였다. 중구청이 10여 년 전 '수제화골목 특구'로 지정한 이후 감성 카페나 주점들이 대거 들어왔다. 거리가 부쩍 활기를 띠자, 온라인에서 '찐' 장인으로 알려진 이들까지 입성하고 있다. 명장급 실력이지만 공임은 평균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까닭에 단골이 많다. 단골들의 입소문만으로도 골목의 유명세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구 교동시장의 '시계 장인' 이준희 기능인은 지난해 여름에 이곳으로 가게를 옮겨왔다. 45년째 시계 수리점을 운영해 오고 있는 그는 아무리 고장이 난 시계라도 다시 뛰게 만들어 '교동시장 신의 손'으로 통한다. 30여 년간 고급 시계나 백화점 등에서 도매 수리를 하던 그는 10여 년 전 온라인 유명세를 치른 후부터는 전국구 장인으로 바뀌었다.

이 기능인은 "최근 들어 '시계 수리 수업이나 교육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30년여 전 명맥이 끊긴 시계 수리업이 부활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죽 수선의 '맥가이버'라고 알려진 조용달 동문사 대표도 지난달 말 수제화 이 골목에 입성했다. 조 대표는 10대 때부터 수선업에 뛰어들어 지갑, 가방 등 수선에 관해 독보적 인물이다. 10여 년 전 이탈리아 본사에서 수선이 불가능하다는 가방을 8만 원에 수선해 가죽 명장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오래된 가방이나 지갑도 리폼까지 하는 실력에 전국에서 택배가 밀려든다. 그의 매장에는 딸이 수선업을 배우고 있다.

조 대표는 "딸이 처음에는 사양 산업이라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곳으로 가게를 옮기고 젊은 손님들이 매장을 많이 찾아서 그런지 일을 배우겠다고 나섰다"며 "가업이 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이들의 입성을 도운 건 이곳의 터줏대감이던 구두수선 장인 라스트미 윤석경 대표였다. '구두 박사'로 불리는 그는 구두 골목에서 알아주는 '구두장이'다. 2000년 들어서 명품 구두 시장이 커지자, 수선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구두수선에 관한 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릴 만한 실력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두 장인이 온라인에 자주 소개되는 것을 보고 입성을 권유했다"라며 "종합병원에 분야별 전문의가 있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이 모여 있으면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7년에 이곳에 들어온 최현석(39) '북성로 공구빵' 대표는 거리의 명소를 넘어 대구를 대표하는 특산물로서의 가치까지 인정받고 있다. 매장을 열자마자 주문이 줄을 잇고 있다. 2021년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통해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인플루언서급 매장들이 들어서면 상권 경쟁력과 유입 인구까지 잡을 수 있다고 본다"며 "상권 활성화는 물론 세대를 넘어 기술전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7년에 구두골목에 자리잡은 최현석 '북성로 공구빵' 대표는 SNS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민규 기자

2017년에 구두골목에 자리잡은 최현석 '북성로 공구빵' 대표는 SNS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민규 기자

수제화골목은 대구 중구 도심 간선도로인 중앙로에서 종로를 동서로 연결하는 서성로 14길 300여m 길이다. 1980년대부터 구두골목으로 알려진 이곳은 수제화와 관련된 다양한 업체들이 모여 있다.

김효린(왼쪽 두 번째) 중구의원이 향촌수제화센터에서구두골목에 터를 잡은 3명의 장인들과 특구지역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민규 기자

김효린(왼쪽 두 번째) 중구의원이 향촌수제화센터에서구두골목에 터를 잡은 3명의 장인들과 특구지역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민규 기자

중구의회 김효린(도시환경위원장) 의원은 "수제화골목 특구 활성화는 지역사회 경쟁력인 만큼 지자체에서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을 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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