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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들썩이는 '여축 불모지' 동남아… 필리핀은 '기적'·베트남은 '졌잘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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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들썩이는 '여축 불모지' 동남아… 필리핀은 '기적'·베트남은 '졌잘싸'

입력
2023.07.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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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강호 뉴질랜드 상대 1-0 승리 '이변'
베트남은 '디펜딩 챔피언' 미국에 0-3 석패
여성 축구 선수들의 열악한 현실도 재조명

25일 뉴질랜드 웰링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 뉴질랜드의 국제축구연맹(FIFA) 여성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필리핀 공격수 서리나 볼든(맨 왼쪽)이 결승골을 넣자 대표팀 동료 선수들이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웰링턴=AFP 연합뉴스

25일 뉴질랜드 웰링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 뉴질랜드의 국제축구연맹(FIFA) 여성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필리핀 공격수 서리나 볼든(맨 왼쪽)이 결승골을 넣자 대표팀 동료 선수들이 뛰어나와 기뻐하고 있다. 웰링턴=AFP 연합뉴스

필리핀과 베트남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호주·뉴질랜드 여성월드컵으로 들썩이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1승을 올린 선수들이 영웅 대접을 받는가 하면, 베트남의 경우 단 한 점도 따내지 못했는데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온 나라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양국의 여성월드컵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그간 태국만 두 차례 출전했다.

필리핀 “팀스포츠 역사상 최대 승리”

26일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필리핀 여성대표팀이 뉴질랜드 웰링턴 리저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공동개최국 뉴질랜드를 1-0으로 꺾은 이후 필리핀 사회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필리핀 대표팀의 승리는 이변이었다. 누구도 승리는커녕, 단 1점이라도 점수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국민 스포츠’는 농구와 복싱인 까닭에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던 데다, 여성 축구 대표팀의 피파 랭킹(46위)도 상대팀 뉴질랜드(26위)보다 20계단이나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드컵 ‘첫 출전’에서, ‘첫 득점’으로, ‘첫 승’을 거뒀다. 대표팀 구성원들부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경기장 중앙으로 뛰쳐나가 서로를 얼싸안았다. 마치 우승을 한 것처럼 눈물을 흘렸다. 대표팀을 이끄는 앨런 스타이치치 감독은 “믿을 수 없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25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필리핀 여성 축구팀의 월드컵 첫 경기를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25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필리핀 여성 축구팀의 월드컵 첫 경기를 시청하며 환호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결승골을 넣은 선수 서리나 볼든(27)은 ‘톱스타’가 됐다. 현지 매체들은 미국 혼혈인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 관계, 축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 등을 앞다퉈 조명했다. 외신들도 주목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필리핀 여성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는 “필리핀 팀스포츠 역사상 더 이상의 큰 승리는 없다”며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는 개인이지만 단체 경기 중에선 국가의 최고 업적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여성들에게 더 많이 투자해야”

베트남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 분위기로 가득하다. 베트남 여성 축구 대표팀은 22일 1차전에서 미국에 0-3으로 패했다. 승리를 거두지 못해 아쉬울 법도 하지만, 곳곳에선 만족감과 희망이 넘치고 있다.

베트남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도 사상 첫 출전에서 여성 축구 세계 최강이자,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미국을 상대로 3실점에 그쳤다. 이만하면 충분히 선전을 한 것이라고 국민들이 높이 평가해 주고 있는 셈이다.

2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이든파크에서 열린 2023 여성 월드컵 미국-베트남 경기에서 베트남 선수들이 미국의 공격을 막고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2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이든파크에서 열린 2023 여성 월드컵 미국-베트남 경기에서 베트남 선수들이 미국의 공격을 막고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하노이타임스는 “월드컵에서 진군가(베트남 국가)가 처음으로 울려 퍼진 점,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선수들이 강인한 경기를 펼친 점을 감안하면 최종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치켜세웠다. VN익스프레스는 태국 여성 대표팀이 2019년 월드컵 당시 미국에 0-13으로 패배한 사실을 거론하며 “베트남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많이 뛰었고, 모든 국면에서 치열하게 싸웠다”고 전했다.

두 국가 선수들이 거둔 성과는 ‘인기’뿐만이 아니다. 여성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동남아시아에서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관심을 끌면서, 이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필리핀 유력매체 필리핀스타는 이날 “스포츠는 많은 투자가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여성 선수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온라인상에서도 일부 여성 프로팀이 선수들에게 200~300달러(약 26만~29만 원) 수준의 월급을 지급하는 등 같은 종목 남성 선수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을 받는 점을 꼬집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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