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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파리 날리고, 건설 현장은 '올스톱'... 경제 덮친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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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파리 날리고, 건설 현장은 '올스톱'... 경제 덮친 장마

입력
2023.07.27 04:30
수정
2023.07.27 11: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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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에 경제도 잠기다]
호우로 건설업·내수 위축 불가피
"3분기 GDP 0.05%p 하락 요인"
이상기후, 앞으로 비 피해 확대

집중호우로 상추 등 채소류 도매가격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뉴시스

강원 정선군의 200가구 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닷새나 공사를 멈췄다. 건물 뼈대를 올리고 콘크리트를 채우는 외부 골조 공사가 장마와 겹쳐 중단됐다. 작업자 사고가 나고 콘크리트 역시 튼튼하게 마르지 않을 수 있어서다. 작업을 못 한 기간이 길어진 만큼 분양 때 예고한 입주 시기 연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장 소장 박상현씨는 "아파트 입주를 맞추기 위해 협력업체별로 특정 시기까지 일을 끝내는 작업 목표를 줬지만 비가 이렇게 많이 오면 공사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유덕현씨는 장마가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해 신림동을 휩쓴 침수로 에어컨, 식자재를 버려야 했던 유씨. 평소 150만 원이던 하루 매출이 올 7월엔 1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사람들이 폭우로 외식을 꺼리자 가게도 직격탄을 맞았다. 채솟값 급등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박스당 2만 원이던 상추가 10만 원까지 치솟아 손님에게 깻잎만 주고 있다. 돼지고기도 오를 것 같은데 가격은 높이기 어려우니…" 유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장마 끝났지만, 국지성 호우 예고

기상청이 26일 장마 종료를 선언했지만 6월부터 연이은 폭우로 강수량만큼은 역대급(1973년 이후 3위)이었다. 태풍 등 국지성 호우가 이어진다는 관측도 있다. 이미 비가 많이 내린 데다 추가 호우가 발생한다면 건설업, 내수, 농업 등 우리 경제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경기 반등이 자칫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이번 장마로 눈앞에 보이는 경제 피해는 농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 결과 농작물 침수·낙과 면적은 3만5,394헥타르(ha)로 여의도의 122배 넓이다. 특히 전북, 충남, 경북 등에서 피해가 컸다. 또 닭, 오리 등 87만2,100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잦은 비는 건설업과 내수도 위축시킨다. 건설업은 공사 현장이 대부분 야외라 날씨에 따라 경기가 좌우된다. 내수 경기 한 축인 서비스업 생산 역시 비가 많이 내리면 유동인구 감소로 타격을 입는다. 백화점, 전통시장 등 오프라인 소비도 비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번 장마가 건설업, 내수에 얼마나 피해를 끼쳤는지 아직 측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역대 최장 장마를 겪은 2020년 여름을 되짚어보면 장마와 경제의 연관성을 가늠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8월 건설업 생산은 전월 대비 7.1% 떨어졌다. 같은 시기 서비스업 생산은 1.0% 감소한 가운데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7.9% 줄었다.

18일 충남 청양군 묵면 화양리 일원에서 제방이 무너져 농작물 피해를 입은 이장욱씨가 논에 쌓인 모래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장마 기간엔 외부 공사는 물론 내부 공사도 전기 합선 우려로 진행하기 어려워 모든 현장이 사실상 올스톱"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역시 "장마 강도가 세면 사람들이 집에 머물다 보니 외식업, 소매업에는 아주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비 피해 23조 달할 수도, 태풍 루사 때 네 배

장마로 경제가 움츠러들면 전체 경기도 영향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경기 회복을 모색하는 정부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경기 하강을 그나마 방어했던 내수가 쪼그라들 경우 반등은 더뎌질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장마에 따른 내수 위축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을 0.05%포인트 정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장마로 인한 경제 피해가 경기 흐름을 꺾을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휴가철에 소비가 재개되고, 수해 복구 작업이 본격 시작되면 건설업도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마 종료 역시 추가 비 피해 가능성을 낮춰 경제에 희소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장마로 줄어든 소비, 건설업 생산은 어느 정도 메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예측 불가능한 장마가 발생하고, 경제 피해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수준으로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환경경제학자인 홍종호 서울대 교수, 강수량 예측 권위자인 김광열 서울대 교수 등은 2017년 말 내놓은 논문에서 갈수록 태풍·홍수 피해가 불어난다고 봤다. 2049년 피해액은 23조 원으로 역대 최대 피해 규모인 2002년 태풍 루사 때(6조 원)의 네 배에 달한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홍 교수는 "2017년과 비교해 최근엔 여름철 비의 강도와 빈도가 더 세졌고 강수 수준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며 "시도별 피해 전망은 강원, 충청, 호남 등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큰데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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